꺾일 기미 안 보이는 美 인플레… 물가 목표치 3% 조정 주장도

박영준 2023. 7. 2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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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물가상승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현행 2%에서 3%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준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잇달아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면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는 연준이 3%대 물가상승률을 용인할지에 달려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25∼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FOMC 회의 때마다 10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가 지난달 14일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0~5.25%로 동결했다. 다만 FOMC 위원들은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에서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를 5.6%로 전망하며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하는 베이비스텝 기준으로 올해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24일 자정을 기준으로 26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99.8%, 동결할 가능성을 0.2%로 전망했다.
뉴욕의 한 마트에서 한 사람이 장을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20일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연준이 이번 달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게 분명해 보인다”며 “7월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연준이 얼마만큼의 인플레이션을 수용할 용의가 있는지, 그리고 인플레이션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경우 연준이 9월과 11월(10월30∼11월1일), 12월까지 세 차례 남은 FOMC 회의에서 또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 과열된 노동 시장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JP모건의 브루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통신에 “인플레이션이 3%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린지 피에자 스타이플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를 6%까지 올릴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은 연준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청사. 워싱턴DC=AFP연합뉴스
블룸버그는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고문이자 자사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엘 에리안을 인용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 추진하다가 금융 시장이나 경제에 문제가 생길 위험을 감수하거나, 2%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향후 목표를 재검토할 준비를 해야 하는 선택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온실가스 감축 전환 비용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연준이 2%가 아닌 3%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연준이 3%대 물가상승률을 받아들이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제를 위기에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애덤 포즌 소장도 “인플레이션을 9%에서 3%로 낮췄다면, 목표치를 2% 대신 3%로 한다고 해서 신뢰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며 목표치 상향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만 로런스 서머스 미국 전 재무장관은 현재 인플레이션 목표를 3% 위로 잡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다음 경제 사이클에서 더 큰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소개했다.

통신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이 2% 인플레이션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목표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아마도 2025년까지는 아닐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고도 덧붙였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AFP연합뉴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5월(4.0%)보다 1%포인트 둔화한 것은 물론, 지난 2021년 3월 이후 가장 작았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4.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준이 주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도 5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완화했지만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4.6% 올라 여전히 높았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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