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복 맞춰입고 호텔 송년회, 고가 격려품까지 [강원 기초의회 업무추진비]②

임서영 2023. 7. 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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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민선8기 지방의회 출범 1년을 맞아 강원도 내 18개 시군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5,000여 건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내역을 들여다보니 의원들을 위한 '특별 혜택' 과 '선심성' 집행 내역이 수두룩 했습니다. 이런 지출 내역이 의정활동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통일성과 깔끔함을 위해? 단체복 맞추는데 2,300만 원

강원특별자치도 내 18개 시군의회 단체복 구매 현황

지난해 7월 출범한 강원도의회와 시·군의회, 지난해 10월 '제19회 강원 발전 의원 한마음 대제전'을 열었습니다. 새로 주민 대표가 된 의원들이 화합을 다지는 자리였습니다. 행사 첫날은 공연 관람과 만찬, 둘째날은 체육행사가 이어졌습니다. '로맨스 짝피구'·'한마음 단체 줄넘기'·
'신발 양궁'·'특별자치도 파도타기' 등 다양한 행사가 체육관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행사 영상을 살펴보면, 각 시·군의회 의원들끼리 나란히 옷을 맞춰 입고 앉아있었습니다. 의회마다 업무추진비로 단체복을 맞춰 입고 이 행사에 참가한 겁니다.

제19회 강원발전 의원 한마음 대제전 행사 경기 종목


이 행사를 위해서 단체복을 맞춘 곳이 7곳, 이밖에 '의정활동 홍보'를 목적으로 맞춘 곳이 2곳이었습니다.
1인당 단체복 구입비, 많게는 34만 원에서 적게는 13만 원 선이었습니다.

9개 시·군의회 옷값에는 업무추진비 2,300만 원이 쓰였습니다.

관련한 의회 문서에서는 하나같이 "팀 단합 및 화합을 위해 구매를 하고자 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의원들끼리 행사에 참석할 때 "통일성과 깔끔함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답변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공짜 의회 주차장' 놔두고 유료 주차권까지?

양구군의회는 지난해 의원 7명을 위한 1년치 주차권을 구매했습니다. 양구읍 내에 있는 공영주차장 주차권이었습니다. 결제는 업무추진비로 이뤄졌습니다. 9만 원권 5명, 하이브리드 차량 50%를 감면받아 3만 5천 원이 2명입니다. 그런데 양구군의회 주차장은 무료입니다. 게다가 읍내에 있습니다. 무료인 의회 주차장을 두고, 다른 공영주차장 주차권까지 사 준 겁니다.

이 이야기를 접한 한 양구군민은 이렇게 비판합니다. "예산 아닙니까? 국가 예산으로 그 사람들의 개인 주차권을 끊었다 그러면 굉장한 모순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가 지난해 받은 원주시의회 개원 축하연·송년 축하연 초대 문자

지난해 기자는 원주시의회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원주시의회 개원 축하연 문자였습니다.

사무국으로 전화해 문의해 봤습니다.
" 축하연 문자를 받았는데요. 원래 개원 축하연을 하시나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요?"
"네, 저희는 진행합니다."

연말에도 문자가 한 통 왔습니다. 이번에는 송년 축하연이었습니다. 두 행사 연회장 대여비와 식비 등에는 모두 1,000만 원이 쓰였습니다. 혹시 이렇게 별도 장소를 빌려 개원식과 송년회 행사를 진행했던 곳이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한 곳도 없었습니다. 18개 시·군의회 가운데 유일했습니다. 대부분이 간담회 정도로 마무리했습니다. 이에 대해 원주시의회는 "예전에도 해오던 행사 방식"이라며, "올해 연말에도 송년 연찬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공로가 커서" 동료 의원, 퇴직 직원에게 고가 격려품…승진 축하 위한 출장까지

영월군의회는 지난해 소속 의원에게 공로상을 줬습니다. 부상은 업무추진비로 구입한 20만 원짜리 한우 세트였습니다. '왕성한 의정활동'·'군정질문 및 행정사무감사' 등을 공로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의원에 대해선 입법·포상 사실을 비롯해 공로의 객관적 증거가 있는 경우에만 격려품을 지급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업무추진비는 소속 직원 격려에도 쓸 수 있습니다. '공로가 많은' 퇴직자도 포함됩니다.
정선군의회는 지난해 퇴직공무원 4명에게 160만 원 어치의 격려품을 줬습니다. 의장 명의로 20만 원짜리 반상기 세트를, 부의장 명의로 18만 원짜리 은수저세트를 구입해 한 명에게 두 개씩 중복해서 지급했습니다. 역시, "공로가 크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태백시의회 지역 발전 간담회 사전결재 문서

승진을 하면 시의회 의장과 사무과 직원들 11명이 찾아가 격려해주는 의회도 있었습니다. 바로 태백시의회입니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지역 현안 간담회' 집행 내역이 눈에 띄었습니다. 관외 사용입니다. 특별한 사례였고, 업무추진비 결제 장소는 전주였습니다.

이날 출장의 명목은 '지역발전 전략 간담회'였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제목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전북 완주 행정연수원에서 태백시의 5급 사무관 승진자가 9명 교육받고 있는데,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출장이었던 겁니다. 의원과 직원 등 11명이 관용차를 타고 이동해 전주의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했다고 했습니다. 공식 일정이 있는 장소는 딱 한 곳, 이 식당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전주시라든가, 전주시의회라든가, 아니면 전주 지역에 있는 기타 기관과 만나거나 간담회를 하시진 않았느냐고요.
답변은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다른 지자체도, 시·군의회도 다 승진자 격려차 관외 출장을 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통상적인 업무의 범위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공식 인터뷰는 거절했습니다.

이러한 일부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행태가 왜 개선되지 않는지, 대안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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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영 기자 (mercy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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