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스레즈 '반짝 성공' 그 이후…우리가 알던 '소셜미디어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될까
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2023년을 관통하는 테크 분야의 키워드는 아마도 챗GPT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막 하반기가 시작된 시점에서 예단하기 어렵지만, 오픈 AI가 선보인 챗GPT, 그 기반이 된 생성 AI는 이미 우리 삶 곳곳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 챗GPT의 이용자가 1억 명을 돌파하는 데 약 두 달이 걸렸습니다. 역대 가장 빠른 기록이었죠. 당분간 이 기록을 깰 서비스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IOWdkHSsBP ]
그런데 이달 초 그 기록을 가볍게 깨버린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모회사 메타가 내놓은 소셜미디어 스레즈(Threads)입니다. 스레즈는 출시한 지 102시간 만에 이용자 1억 명을 모았습니다. 닷새가 채 안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스레즈와 챗GPT를 같은 기준으로 놓고 비교하기엔 무리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출발선이 달랐다고 해도 목요일에 출시한 신규 서비스를 다음 주 월요일에 벌써 전 세계에서 1억 명이 썼다는 사실은 경이롭습니다. (스레즈의 이용자가 얼마나 빨리 늘어났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웹사이트는 이미 많습니다. 챗GPT를 비롯한 기존 서비스들과
[ https://www.quiverquant.com/threadstracker/ ]비교해 놓은 곳도 있습니다.)
[ https://explodingtopics.com/blog/threads-users ]
뉴욕타임스 오피니언란에도 스레즈와 트위터, 마크 저커버그와 일론 머스크에 관한 글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오늘은 먼저 그 가운데 벤처캐피털 회사 앤드리센 호로비츠의 책임투자자(GP) 스리람 크리슈난이 쓴 칼럼을 번역했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UcpLsxS4hSl ]
크리슈난은 지금의 소셜미디어 생태계가 "불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이용자들에게 플랫폼을 관리하는 권한을 넘겨받아 소셜미디어를 운영합니다. 중앙집권식 구조인 셈이죠. 머스크가 인수한 뒤 트위터의 경영은 갈팡질팡을 거듭했고, 이용자도 점점 트위터를 떠났습니다. 여러 대체재가 선을 보였지만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그러던 중에 스레즈가 화려한 데뷔에 성공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메타가 내놓은 스레즈는 중앙에서 플랫폼을 관리하는 기존의 전형적인 소셜미디어 방식을 따릅니다. 스레즈가 궁극적으로 성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입니다. 크리슈난은 스레즈가 인상적인 출발을 알렸지만, 결국에는 탈중앙 방식, 권력과 권한이 분산된 구조 위에서 굴러가는 소셜미디어가 대안으로 자리를 잡을 거로 내다봤습니다.
[ https://podcasts.apple.com/us/podcast/today-explained/id1346207297?i=1000620932508 ]
저커버그의 야심과 발끈한 머스크
사실 스레즈는 새로운 기능이나 대단한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소셜미디어가 막 태동하던 때 나온 시제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검색도 잘 안되고, 내가 보고 싶은 글이나 생각을 골라 보기엔 아주 불편한 매체입니다. 메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보잘것없는' 서비스로 절대로 이만한 이용자를 모을 수 없었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스레즈의 화려한 데뷔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죠.
그렇다고 해도 스레즈의 성공이 인상적인 이유 하나를 꼽자면, 바로 메타가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출시 일정을 앞당겨 부랴부랴 스레즈를 선보였는데도 이만한 기록을 냈다는 점입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스레즈를 통해 흡수할 만한 거대한 고객층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아직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선 몇 차례 테스트를 더 거쳐야 했던 설익은 스레즈를 과감하게 출시합니다. 스레즈가 노린 고객층은 바로 트위터를 떠나 트위터와 비슷한 공간을 찾고 있던 수많은 이들이었습니다.
7월 6일 스레즈 출시 며칠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죠. 트위터를 인수한 뒤 직접 경영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황금연휴를 앞두고 새로운 조치를 발표합니다. 트위터 피드에서 볼 수 있는 트윗의 개수를 제한하고, 유료 인증을 거쳐야 트윗 개수 제한을 풀어주는 조치였습니다. 머스크가 정확히 무슨 생각으로 이 계획을 구상하거나 승인했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머스크에게 또 한 번 비난의 화살을 집중시켰고, 트위터를 떠납니다. 저커버그에게는 '메타가 만든 트위터 대체재'를 내놓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죠.
제대로 한 방 먹은 일론 머스크는 저커버그를 향해 맹렬한 비난을 쏟아냅니다. 공정한 경쟁 대신 기회주의자나 할 짓을 벌였다고 노발대발하며, 여기에 옮기기 어려운 수준의 저급한 욕설과 비방을 퍼부었습니다. 그에 관한 기사도 당연히 많이 났는데, 이 글의 품격을 위해 머스크의 트윗에는 관심을 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데이비드 피어스가 팟캐스트에서 한 묘사를 빌려 오면 다음과 같습니다.
"머스크는 당연히 넘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마치 두 손으로 양쪽 귀를 막고 '나는 화나지 않았다'는 말만 계속 되풀이하는 모습이랄까요? 누가 봐도 화가 정말 많이 났구나 싶은 트윗을 계속 써대면서 내가 화가 나서 이러는 건 절대 아니라고 하니, 보기 딱할 지경입니다."
트위터는 메타가 트위터를 베낀 서비스를 출시했다며, 지식재산권 침해로 메타로 고소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그러나 메타를 비롯한 많은 빅테크들은 지금껏 중소기업이나 혁신적인 개인의 아이디어를 (법망을 피해) 몰래 베끼거나 돈으로 사들여 지금에 이른 기업들입니다. 설사 이 문제가 법정으로 가더라도 메타가 패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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