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대기실서 9개월…“난민 심사라도 받고 싶다”
[앵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으로 와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외국인들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10명 중 4명은 심사 받을 기회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공항 난민 대기실에서 9개월 째 체류중인 외국인의 얘기를 이희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바닥엔 담요를 깔고, 빈 박스로 칸막이를 쌓았습니다.
비좁은 공간에서 새우잠을 청합니다.
인천공항에서 입국 거부된 외국인들이 지내는 출국 대기실입니다.
북아프리카 출신 L 씨는 아홉 달째 이곳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L 씨/난민심사 불회부 취소소송 제기자/음성변조 : "맑은 공기도 마시고 따사로운 햇볕을 쐬고 싶습니다. 89kg였는데 82kg까지 체중이 많이 줄었습니다."]
L 씨는 본국의 종교적 박해를 사유로 난민 신청을 냈지만, 심사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법무부가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삼으며 심사를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이한재/변호사/L 씨 변호인 : "법무부 측에서는 이분 말씀하시는 거에 따르면 전혀 (난민 인정) 이유가 없고 몇 가지 말이 좀 안 맞는다 이런 것을 사유로 해서 난민 신청을 심사해 볼 필요도 없다..."]
법무부를 상대로 심사 거절 결정을 취소해달란 소송을 냈지만, 지난달 예정됐던 선고가 미뤄지면서, 대기 기간은 두 달 더 길어졌습니다.
이런 처지에 놓인 건 L 씨만이 아닙니다.
난민 지위를 신청한 외국인 가운데, 심사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경우는 지난해만 147명, '심사 불회부 비율'은 40%에 달합니다.
심사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은 대부분은 포기하고 한국을 떠났지만, 21명은 L 씨처럼 소송에 나섰습니다.
[이종찬/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 "지난 3년간 난민 인정 통계를 보면 2%가 안 되는 수준입니다. 난민 심사에 불회부된 인원들은 빼고 즉 난민 심사에 회부된 사람들 중에 오직 2% 미만만이 난민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법무부는 난민법 시행령, 난민협약 등 국제기준에 따라 인도주의와 국익의 균형에 맞춰 심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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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연 기자 (hea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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