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었다"…'보호자' 정우성 신인 감독의 큰 도전(종합)[Oh!쎈 현장]
[OSEN=김보라 기자] “액션은 단순히 아이를 찾기 위한 아버지의 분노로만 표현하지 않았다. 그 사람의 딜레마에 대한 정당성을 찾아나갔다.”
배우 정우성이 24일 서울 이촌동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새 한국영화 ‘보호자’의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입장에서 수혁을 표현했다면 그럴싸한 통쾌함만 추구했을 거다. 감독으로서 그가 가진 딜레마와 자신에게 가장 익숙했던 폭력이라는 단어가 부자연스러운 상태에 놓였을 때 느낀 심리를 담아 액션을 표현해야 했다”고 연출 의도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보호자’(감독 정우성,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영화사 테이크)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 분)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이어 정우성 감독은 “마치 성난 황소의 몸부림처럼 액션을 표현해야겠다 싶더라”고 액션 스타일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배우로서 느낀 수혁 캐릭터에 대해 정우성은 “우유부단한 사람”이라며 “그가 (출소 후) 세상에 나왔을 때 자신 앞에 놓인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찾아가는 사람이다. 근데 예전 방식으로는 살 수 없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수동적이다”라고 소개했다.
정우성이 주인공 수혁을 연기하며 연출까지 동시에 맡았다. 앞서 그는 단편영화 ‘킬러 앞에 노인’(2014), ‘세가지 색-삼생’(2014) 두 편을 감독한 바 있는데 상업 장편영화는 ‘보호자’가 처음이다.
첫 장편 연출작을 내놓는 것과 관련해 정우성은 “실감이 안 난다. 영화가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단순하게 답할 수 없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제안받았을 때는 출연자였다. 그 이후 연출까지 하게 됐다”며 “영화의 스토리가 단순하고 어디서 봤을 법한 이야기인데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어떤 시선으로 다가갈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나만의 색깔을 넣을 수 있는 큰 도전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배우 겸 감독 정우성을 비롯해 출연진도 눈길을 끈다. 김남길은 성공률 100%의 해결사 우진 역을, 박성웅은 수혁이 몸담았던 조직의 보스 응국 역을, 김준한은 열등감에 시달리는 조직의 2인자 성준 역을, 박유나는 우진의 파트너이자 사제 폭탄 전문가 진아 역을 각각 맡았다.
정우성은 이 배우들을 캐스팅 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남길과 같은 작품을 한 적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만 알고 지냈는데 귀엽고 익살스러운 모습이 캐릭터 우진과 어울렸다. 제가 맡은 무거운 수혁과 반대급부라서 좋을 거 같았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정우성 감독님이 연출한다고 해서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현장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내가 쉽게 못 가겠다 싶더라”며 “배우로서 현장에 대해 너무 잘 아시기 때문에 쉴 틈이 없을 거 같더라”고 말했다.
이어 정 감독은 “친분이 있다는 게 캐스팅에 부담스럽기도 하다. 프로로서 판단을 하는 것이고 배우 본인이 생각이 맞으면 의기투합을 하는 거다. ‘친한 형이니까 도와줘야지’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건 아닌 거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성웅 캐스팅에 대해 “큰 키부터 갖고 있는 카리스마가 수혁과 대적했을 때 대등하다는 생각에 캐릭터에 제격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준한은 영화 ‘박열’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 영화를 보고 ‘이 배우는 뭘까?’ 싶었다. 나중에 같은 작품으로 만나보고 싶었는데 성준 역할에 적격이라 캐스팅했다”고 배우 한 명 한 명 애정 섞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김준한은 “제가 어릴 때 ‘비트’부터 시작해서 정우성 선배님을 너무나 사모했다. 그런 존경심이 있었는데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기대됐다. 성준 캐릭터를 재미있게 만들어볼 수 있겠다 싶었다. 감독님과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교류하면서 재미있게 임했다”고 밝혔다.
오디션을 통해 진아 캐릭터로 발탁된 박유나는 “감독님을 만나자마자 키가 크셔서 무서웠다.(웃음) 내가 이 영화를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었다”라며 “나중에 합격 소식을 듣고 엄마를 부둥켜안고 춤을 추면서 너무 좋아했다”고 캐스팅 당시를 떠올렸다.
캐스팅을 통해 발탁한 박유나에 대해 정우성은 “오디션을 보러 들어오는데 속내가 상관없이 비춰지는 무덤덤한 모습이 좋았다”고 캐릭터 그 자체였다고 칭찬했다.
입체적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앙상블이 ‘보호자’만의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남길은 자신이 맡은 악역 캐릭터를 사이코패스라고 소개하면서 “그간 맡았던 악역들과 얼마나 다른 느낌을 가져갈지 고민을 했다”며 “평소에 제가 정우성 형에게 취하는 스탠스가 있는데 현장에서도 감독님이 웃으면 ‘오케이’ 한 것으로 여겼다”고 웃으며 전했다.
성준 역의 김준한은 “아무도 시키지 않는 일을 해서 모두를 힘들게 만드는 인물이다. 수혁이 감옥에 가 있는 동안 2인자가 되는데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보호자’ 속 인물들은 일상적이지 않다. 제가 예전에 맡았던 인물은 자신을 감추고 포장하는 게 많았는데 성준은 조금 솔직하다. 자신의 모습을 거침없이 드러내서 재미있었다”고 비교했다.
‘보호자’는 2022년 제4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55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2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았던 바. 국내 관객들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정우성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 ‘보호자’는 8월 15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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