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연승 8할은 너 때문"…관중 함성도 뚫는다, 파이팅에 진심인 사나이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양)석환이가 아까 우리 10연승의 8할은 너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말 들으려고 하는 건 아닌데, 들으면 기분은 좋죠."
두산 베어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중계방송에 어김없이 들리는 목소리가 있다. 목소리의 주인은 더그아웃에서 누구보다 크게 파이팅을 외치는 두산 백업 포수 안승한이다. 온 힘을 다해 소리치는 것 같은 안승한의 파이팅은 두산 선수들이 없던 힘도 나게 한다. 친구이자 동료 양석환이 지난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5-2 승리로 구단 역대 최다 연승 타이기록인 10연승을 달성한 뒤 "8할은 너 때문"이라고 말한 이유다.
투수들은 마운드로 걸어 나가면서 안승한에게 "크게 응원해 줘"라고 당부하고 나가기도 한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는 안승한에게 파이팅을 요청하는 단골 손님이다. 알칸타라가 21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개인 10승과 팀 10연승을 이끌 때도 안승한은 큰 목소리로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어 줬다.
안승한은 "알칸타라랑 친한데, 자기가 던질 때 내 목소리가 안 들리면 '왜 파이팅 안 하냐'고 한다. 그래서 파이팅을 하면 또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한다. 경기 때도 내 목소리가 들리기는 하나 보다. 진짜 저번에는 (박)치국이가 던지고 있을 때 파이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운드에서 나를 쳐다보더라. (홍)건희도 그렇고 확실히 마운드에서 다 들린다고 하더라"고 답하며 웃었다.
만원 관중의 함성을 뚫고 동료들에게 전달될 정도로 파이팅에 진심이지만, 정작 안승한 본인은 동료들의 응원을 잘 못 듣는 편이다. 그는 "나는 경기에 집중하면 아예 못 듣는다. 팬들 응원 소리가 커서 잘 안 들리더라. 그런데 나는 함성을 뚫고 들린다고 하니까"라고 설명하며 멋쩍어했다.
안승한이라고 더그아웃에서 파이팅만 외치고 싶을 리는 없다.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으면서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리그 최고 포수인 양의지가 두산과 4+2년 152억원에 계약하면서 안승한이 포수 마스크를 쓸 기회가 확 줄었다. 안승한은 올해 1군 10경기 출전에 그쳤다.
경기에 직접 기여하는 빈도는 적어도, 두산 관계자들은 10연승 기간 가장 고마운 선수로 다들 안승한을 꼽았다. 장마 기간이라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도 더그아웃에서 쉬지 않고 파이팅을 외치니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로 이만한 선수가 없다.
안승한은 "조용히 있어 볼까도 생각했는데, 1회도 안 지나서 나도 모르게 파이팅을 하고 있더라.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것이다. 이기면 좋겠고, 형들이 잘했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으로 한다. 그래야 내가 경기에 나갈 때도 응원을 많이 해주지 않을까"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이어 "형들이 '진짜 너 없으면 안 된다'고 해주면 고맙더라. 그런 말을 들으려고 하는 건 아닌데, 들으면 기분이 좋다. 승부의 세계에서 이기면 좋고, 지면 안 좋은 거 아니겠나.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승한은 두산이 상승세를 타던 지난 9일 1군에 다시 합류했다. 양의지가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장승현이 포수로 선발 출전할 때 백업 포수로 대기하기 위한 카드였다. 3번 포수이다 보니 기회가 잘 돌아오진 않지만, 안승한은 지난 12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마무리 투수 홍건희와 호흡을 맞추며 4-1 승리와 9연승에 힘을 보탰다.
올해 가장 뿌듯한 경기는 지난 5월 2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을 꼽았다. 올해 안승한이 1군에 콜업되자마자 선발 출전한 첫 경기이기도 하고, 4-3으로 이겨 더 기억에 남았다.
안승한은 "(최)승용이가 그날 승리투수는 못 됐지만, 팀이 이기고 내가 안타도 쳐서 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경기는 잘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9연승 마지막에 건희랑 위기는 있었으나 그래도 잘 막아서 그 2경기가 기억에 남는다"며 앞으로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팀에 기여할 날이 많길 바랐다.
팀 승리에 도움만 된다면 안승한은 앞으로도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외칠 예정이다. 2021년 시즌 뒤 kt 위즈에서 방출되고, 선수 생활이 끝났다 생각했을 때 마지막 기회를 준 구단이 두산이기에 적은 기회 속에서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을 언제나 찾고 있다.
안승한은 "경기에 나가서 나도 안타 치고 이런 것도 좋지만, 투수들과 잘 호흡해서 가능한 승리 포수도 하고 싶다. 또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다. 그럴 수 있게 늘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점수를 안 주고 잘 막는 편안한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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