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오송 참사' 압수수색에 경찰 대규모 수사본부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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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원인과 법적 책임 규명을 위해 경찰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신속히 수사본부를 차렸지만 역할이 애매해졌다.
경찰이 기민하게 움직였지만 이날 검찰 압수수색 대상에 충북경찰청과 흥덕경찰서까지 포함되는 바람에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고 나선 경찰이 도리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돼 버렸다.
이태원 참사 때도 경찰이 대규모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2개월여간 수사했으나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모양새가 됐고, 결국 검찰이 기초 사실부터 다시 보강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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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검찰과 수사 관할 협의 중"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원인과 법적 책임 규명을 위해 경찰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신속히 수사본부를 차렸지만 역할이 애매해졌다.
검찰이 24일 충북도청을 비롯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참사 이틀 뒤인 17일 충북경찰청에 전담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이어 19일에는 본부장을 김병찬 서울청 광역수사단장(경무관)으로 교체하고, 수사인력도 138명으로 늘렸다.
경찰이 기민하게 움직였지만 이날 검찰 압수수색 대상에 충북경찰청과 흥덕경찰서까지 포함되는 바람에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고 나선 경찰이 도리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돼 버렸다.
경찰 수사본부의 역할에 대한 의문은 24일 열린 윤희근 경찰청장의 기자간담회에서도 나왔다.
윤 청장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중복될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경찰과 검찰이 협의해서 결정할 문제"라며 "(수사 관할 정리와 관련해) 빠른 시간 안에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참사 직후만 해도 자연재해 시 지하차도 통제에 대한 책임이 지방자치단체에 있다는 법률적 해석이 우세하면서 수사는 경찰의 몫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이 21일 경찰이 감찰 과정에서 허위 보고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대검찰청에 관련 경찰관 6명을 수사 의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검은 이날 곧바로 배용원 청주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를 꾸렸고 주말이 지나자마자 24일 지자체, 경찰, 소방 등 관공서를 동시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진 뒤 국무조정실은 이날 충북도와 행복청 관계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실도 추가로 공개했다.
검찰 수사가 급전개되면서 경찰은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전담수사본부가 구성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단 한 차례 압수수색도 못 하다가 사실상 '닭 쫓던 개'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합동 감식 등을 이미 했다. 다만 수사 대상이 광범위하고 여러 요인이 있어 (수사가) 늦어진 감이 있다"며 "절차에 따라서 충분히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충북 경찰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발생 1시간 전에 긴급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를 받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고, 감찰 과정에서 이를 숨기고자 다른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것처럼 허위 보고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충북 경찰의) 보고한 내용에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결국은 수사를 통해서 확인돼야 할 내용"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일각에서는 참사 경위에서 경찰의 실책이 유력해진 만큼 경찰의 '셀프 수사'는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태원 참사 때도 경찰이 대규모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2개월여간 수사했으나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모양새가 됐고, 결국 검찰이 기초 사실부터 다시 보강수사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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