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6일 ‘신림동 묻지마 흉기 난동’ 조모씨 신상공개

번화가서 흉기 휘둘러 4명 사상
이미 인터넷엔 사진·이력 퍼져
흉기난동 영상 첫 유포자 입건

추모의 술 한잔… 24일 오전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상가 골목에서 한 시민이 숨진 20대 남성을 추모하기 위해 종이컵에 술을 따르고 있다. 박윤슬 기자

경찰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의 범인 조모(33) 씨의 얼굴 사진을 비롯한 신상 정보 공개 여부를 오는 26일 결정한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조 씨에 대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26일 개최한다. 심의 결과는 회의 직후 도출된다. 관련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면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조 씨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만큼 신상 공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신상 공개가 결정돼도 피의자의 동의가 없으면 가장 최근 사진인 ‘머그샷(구속 중에 찍은 사진)’이 아닌 과거 증명사진만 공개할 수 있어 벌써부터 ‘신상 공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 등 강력 범죄 피의자들의 신상이 공개될 때마다 사진과 실물의 차이가 커 실효성 논란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엔 이미 조 씨의 SNS 프로필 사진이 퍼진 상태고 도박·이혼 전력 등 신상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조 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 7분쯤 신림동 상가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조 씨가 자신보다 우월한 남성들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해서 이를 보상받기 위해 자신보다 우월한 남성을 공격하는 행동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인천 이모 집과 서울 금천구 할머니 집을 오가며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씨는 폭행 등 전과 3범으로, 미성년자 때는 법원 소년부로 14차례 송치된 전력도 있다.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등을 분석해 범행 장소로 오기까지 과정과 추가 범죄 여부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은 조 씨의 범행 영상을 최초 유포한 A 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