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년간 저축 최대 129조원 늘었다

한은 "소비 줄이고 부채 청산엔 관망 형태 보여"
"늘어난 여윳돈 주택시장 유입되면 집값 자극"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약 3년간 우리나라 가계의 저축 규모가 최대 129조원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늘어난 저축 자금이 주택 시장으로 흘러간다면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24일 한국은행은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 저축 분석 및 평가'를 통해 우리나라 가계의 초과 저축 규모는 101조~129조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는 2022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7~6.0%, 명목 민간 소비의 9.7~12.4% 수준이다. 지난 2015~2019년 가계 저축률은 평균 7.1%였는데 2020~2022년 평균은 10.7%로 3.6%p 높아졌다.

초과 저축이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추세를 웃도는 가계 저축액으로 예초 예상보다 더 많이 늘어난 저축 규모를 뜻한다.

한은은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의 변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영향 등으로 임시직보다 상용직의 정액 급여가 높은 오름세를 보이면서 고소득층에서 저축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며 "저소득층에서도 초과 저축이 상당 부분 누적해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코로나19 기간에 저축 규모가 기존 추세보다 많이 증가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소비가 줄면서 비자발적으로 저축이 늘어난 영향이 컸던 것으로 추정했다. 임금 상승과 함께 정부의 재난 지원금 지급도 저축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눈에 띄는 점은 가계가 늘어난 저축액을 대부분 예금·주식·펀드 등 금융 자산에 넣어두고 대출 상환 용도로 쓰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한은은 "금리 상승으로 부채 상환 유인이 커졌음에도 우리 가계의 부채 축소(디레버리징)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0~2022년 중 우리 가계의 금융자산은 1천6조원 늘어나 직전 3개년(2017~19년) 591조원보다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금융 자산 형태별로 현금·예금, 주식·펀드의 증가 폭이 크게 늘어 금융 자산이 줄어든 미국과 유로 지역 등 주요국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대외 수출 여건이 악화하고 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가계는 다른 주요국보다는 시장을 관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무엇보다 가계의 이런 부채 감축 관망이 결국 부동산 등 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다시 부동산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높아지고 있고, 가계 저축액이 대출액과 함께 주택 시장에 유입되면 주택 가격 상승, 가계 디레버리징 지연 등으로 이어지면서 금융 안정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