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입원 못해 쫄쫄 굶고 병원행" 부산대병원 환자 불편 눈덩이
외래 환자 진료는 80%가량 가동…의료진 대체 투입도 한계점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검사를 받기 위해 쫄쫄 굶은 채 집을 나서야 하는데 체력적으로 버텨줄지 걱정입니다. 암은 심적으로도 힘든 병인데…."
24일 오전 부산 서구에 있는 부산대병원 암센터에서 항암 주사를 맞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던 70대 임모 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을 앓는 임씨는 지난 17일 4차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검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검사량이 방대한 데다 몸 상태도 좋지 않아 입원 검사를 받으려 했지만, 최근 부산대병원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임씨는 "입원을 못 하면 양산에서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를 검사받기 위해 오가야 한다"며 "파업이 길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오는 26일부터 외래로 검사받을 예정인데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겠지만 환자를 위해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노조 파업이 12일째로 장기화 국면을 맞은 가운데 이날 오전 부산대병원은 외래진료를 보러 온 환자들마저 크게 줄어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병원 측은 지난주부터 외래진료와 관련해 신규 예약은 받지 않고 재진 환자의 경우만 정상적으로 진료해 80%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방암 추적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80대 정모씨는 "노조 파업 때문에 진료 순서가 밀릴까 걱정이 컸는데 다행히 제때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며 "한동안은 인근에 원룸을 구해 치료를 받을 만큼 이 병원에 자주 다녔는데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산대병원은 겉으로 보기에는 큰 혼선은 없는 듯했지만, 실제 입원과 수술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환자 불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병세가 짙거나 중한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집에서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만 기다리거나 어쩔 수 없이 다른 병원을 찾고 있는 현실이다.
딸과 함께 병원을 찾는 70대 A씨는 지난 22일 지병으로 인한 혈액 부족으로 평소에 다니던 부산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A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의사가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했는데, 현재 입원 환자는 받지 않는다고 해 망연자실했다"며 "다행히 수혈받고 응급실에서 안정을 찾아 집으로 돌아갔지만 아찔했던 상황"이라고 회상했다.
A씨 딸 역시 "병원에서 의료진들 곁에 있으면서 안정적으로 진료를 받게 하고 싶은데, 통원 치료를 해야 해 아쉬운 점이 많다"며 "환자를 위해서라도 빨리 노사가 갈등을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료진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쳐 건강 상태가 악화될까 애를 태운다.
의료진들은 환자에게 직접 연락해 수술 일정을 미루거나 긴급 수술의 경우 다른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
손봉수 양산부산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새로운 의료진을 찾아 다시 검사받는 게 환자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파업 초반에는 다음 주에는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계속 장기화하다 보니 언제까지 기다리면 된다고 말씀드리기도 미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다음 달 7일까지 수술 일정을 미뤄놓은 상황"이라며 "긴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진은 사내 홈페이지에 "소아암의 경우 외래가 아닌 입원 항암 주사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4∼8명 남아있다"며 "영남권에서 소아암 환자가 입원해 항암 주사 치료를 할 수 있는 곳은 우리 병원 밖에 없는 만큼 이들이 아픈 몸으로 서울로 올라가는 일 만은 막아야 한다"고 글을 남겼다.
현재 진료 전 실시하는 검사에는 전공의나 비노조원 등 남은 의료진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적은 인원으로 계속 업무를 맡다 보니 현장의 피로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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