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주거침입·폭행당해도… ‘학부모 민폭’ 무서워 침묵하는 교권보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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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서 학생 인권을 중시하는 사이 교사의 권한 침해의 방패막이가 될 수 있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는 유명무실화됐고, 교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교권보호조례'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으로부터 폭행과 주거 침입 등을 당한 피해 교사가 교보위 개최를 요청했는데도 묵살됐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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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교보위원 찬성때 열려
피해 교사 요청만으론 힘들어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신고할까
개최 묵살하는 경우 비일비재
학교평가 불이익 우려하기도
교육 현장에서 학생 인권을 중시하는 사이 교사의 권한 침해의 방패막이가 될 수 있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는 유명무실화됐고, 교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교권보호조례’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으로부터 폭행과 주거 침입 등을 당한 피해 교사가 교보위 개최를 요청했는데도 묵살됐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도권의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지난해 집 문을 여는 틈을 타 성인 남성 키의 같은 학교 남학생이 집 안에 따라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 해당 학생은 집 안 곳곳을 촬영하고 “혼자 사냐”고 물었다. “주거침입으로 신고할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학생은 “촉법소년 모르냐”고 대응했다. A 씨는 학교에 교보위 개최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생활관리위원회라도 열어달라고 했지만 그마저 되지 않았다. 또 다른 교사 B 씨는 올해 3월에는 친구 10여 명을 때린 남학생을 말리다가 수차례 발로 구타를 당했다. B 씨는 “교보위를 요청했는데 교장과 교감이 위압적으로 ‘애가 인권이 뭔지는 알겠냐’며 오히려 윽박질러 충격을 받았다”면서 “결국 이틀 뒤 1교시 수업을 하자마자 교실에서 쓰려져 병가를 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사 C 씨 역시 5학년 학생에게 폭력을 당하고 교보위를 열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는 “교장 입장에서는 교보위가 열리면 학교 평가에 안 좋을까 염려하고, 개최를 결정했다가 학부모로부터 담임 교사와 한꺼번에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까봐 안 열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교보위가 학부모를 강제로 참석하게 할 권한도 없는 데다 개최 10일 전 학부모 등에 통보해야 하는데 그사이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 가능성도 있다. 교사 D 씨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인 자녀 행동을 실시간으로 보고해달라는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휴직을 택했다. 그는 “어렵사리 교보위가 열렸지만 학부모가 출석을 거부해 아무 기능을 하지 못했다”면서 “심지어 교보위를 열려고 했다는 사실이 학부모를 자극해 괴롭힘의 강도가 더욱 심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재 교보위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장 또는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 요청 또는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고 돼 있어 피해 교사의 요청으로만 열리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가 지난 2021년 피해 교원이 요청하는 경우 교보위를 개최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은 학교별 교보위에서 정식으로 심의한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2020년 1197건에서 2022년 3035건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1만2000여 개 전국 초중고에서 실제로 발생한 교권침해 사건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교육계 의견이다. 교사 보호를 명목으로 만들어진 교권보호조례 역시 전북, 충남 등에 설치돼 있지만 전국 6개 시도교육청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에 비하면 미진한 수준이다.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이 발생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교권보호조례를 시의회에 넘겼지만 아직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지현·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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