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1만명분 진공포장` 한국계 미국인 부부 공항서 들통

진공 포장된 대마초. [인천지검 제공]

엑스레이 검사서 적발된 대마초 은닉 가방. [인천지검 제공]

미국에서 1만명이 한꺼번에 피울 분량의 대마초를 사들인 뒤 진공 포장(사진)해 운반책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여오려던 한국계 미국인 부부가 검찰에 붙잡혔다.

인천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35)씨와 운반책 B(43)씨를 구속 기소하고, A씨 아내 C(35)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인 A씨 부부는 지난 3월 1만명분에 해당하는 분량의 대마 4500ｇ(시가 4억5000만원 상당)을 미국에서 사들여 지인 B씨를 통해 지난 4월 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국내에 체류하고 있던 A씨는 미국에 있던 아내 C씨에게 대마를 사서 포장해 B씨에게 넘겨주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C씨는 미국 현지에서 사들인 대마초를 냄새를 숨기기 위해 삼중으로 진공 포장한 후, 휴대용 가방에 숨겨 B씨에게 전달했다. B씨가 뉴욕발 비행기를 타고 국내로 입국하면 A씨가 서울 모 호텔에서 접선해 대마초를 넘겨받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대마초를 운반해주는 대가로 미화 1만 달러(약 1300만원)와 국제 항공편, 국내 체류 숙박비 등을 지원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하물 엑스레이 검사를 하던 인천공항세관은 이상한 음영이 보이자 가방을 열어 대마초를 적발하고 B씨를 긴급체포했다. 이후 검찰이 추가 수사를 거쳐 A씨 부부를 체포했다.

검찰은 그러나 아내 C씨가 남편의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했고, 함께 입국한 어린 자녀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여행자를 통한 마약 밀수는 지난 2020년 50㎏에서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인 2021년 13㎏으로 줄었다가 2022년 36㎏, 2023년 5월 기준 41㎏으로 다시 급증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거된 부부는 대마초 냄새를 숨기기 위해 진공 포장까지 했지만 결국 엑스레이 검사에서 적발됐다"며 "A씨 부부가 대마초를 넘기려 했던 국내 중간 유통책 등에 대해선 계속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