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 “우크라, 빼앗긴 땅 50% 수복… 러는 이미 패배했다”

푸틴 “우크라 반격 실패”에 반박
블링컨 “훈련 병력 아직 투입 안돼”

폭격맞은 세계유산… 23일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한 성당 관계자가 러시아군 공습으로 파괴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축일 성당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를 상대로 반격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초기 러시아에 잃은 영토 절반을 수복했다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23일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실패했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려는 발언이지만, 전선에 촘촘히 깔린 지뢰가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막고 있어 대반격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방영된 CNN 인터뷰에서 “지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더 되찾기 위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가) 초기에 점령한 영토의 약 50%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다만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아직 상대적으로 초반이고 어렵다”면서 “향후 1∼2주 내로 결정되지는 않을 테고 몇 개월은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50여 개국이 제공한 장비와 훈련을 받았고, 훈련된 병력 다수가 아직 반격에 투입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조국과 자유를 위해 싸운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이라며 “러시아는 이미 패배했다. 러시아의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지도에서 지우고 독립과 주권을 없애 러시아에 종속시키는 것이었는데 그건 오래전에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오데사에 대한 미사일 공습을 이어갔다. 이번 폭격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정교회 건물인 축일 대성당이 파손되고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성당 파손 수준도 지붕 절반 이상이 날아가고 벽 등이 무너지는 등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부터 이어진 러시아의 폭격으로 오데사는 곡물 관련 시설은 물론 중심가와 역사지구까지 파손된 상태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이 ‘뻔뻔한’ 공격은 (우크라이나의) 문화유산에 대한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번 공격을 “평화로운 도시와 거주용 건물, 성당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자행한 테러”라며 보복을 경고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