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돌변 중국, 달콤한 유혹의 손길[이철호의 시론]
경제 불안에 중국 공산당 돌변
과잉 부채에다 부동산도 위험
떠나는 외국 자본에 유혹 손길
한국의 전략적 부담이 된 중국
40년 만에 다시 유화적인 조짐
한·중 관계 순탄하게 관리해야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6월 수출 12.4% 감소, 청년 실업률 21.3%, 5분의 1 토막 난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 반(反)간첩법에 겁먹은 외국인들은 베이징·상하이 부동산을 처분하고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돼지고기 소비마저 줄면서 올 들어 가격이 30% 폭락했다. 디플레이션 공포가 덮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은 대수만관(大水漫灌·물을 대량으로 쏟아붓는다)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중앙정부의 4조 위안(약 800조 원), 지방정부까지 합해 무려 18조 위안(약 3600조 원)을 퍼부었다. 문제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지금은 대수만관은 엄두도 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주특기인 부동산 부양도 쉽지 않다. 부동산·금융 특수법인(LGFV)의 숨겨진 빚이 너무 많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LGFV 채권의 평균 이자율은 지난해 3.94%에서 올 상반기 4.39%로 치솟아 불길한 조짐이다. 지방 정부가 부동산 침체로 토지 사용권을 LGFV에 떠넘기고 있지만, 자금줄이 말라 허덕이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도 경제가 흔들리자 정치적 입장을 싹 바꾸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입에서 공동부유(共同富裕·모두가 잘사는 사회)란 구호가 싹 사라졌다. 대신 승풍파랑(乘風破浪·바람 타고 거친 파도를 헤쳐간다)이 등장했다. 공산당 경제공작문건에 ‘자본의 야만적 확장을 억제한다’는 살벌한 표현이 사라지고 ‘빅테크 기업들의 실력 발휘를 적극 지지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제2의 마오쩌둥(毛澤東)’에서 ‘제2의 덩샤오핑(鄧小平)’으로 돌변하면서 국정 지표는 순식간에 반기업에서 친기업으로 바뀌었다. 리창(李强) 총리는 알리바바와 틱톡 간부들을 불러 공개적으로 격려하고 외자기업도 국영기업과 똑같이 대우하겠다고 했다. 달콤한 유혹의 손짓이다.
중국 경제 위기론은 자주 고개를 들었으나 모두 헛물을 켰던 게 사실이다. 조지 소로스는 2015년 중국 거품이 붕괴한다며 위안화 공격을 감행했다가 막대한 손실만 봤다. 여전히 5% 성장을 하는 인구 14억 대국이 세계 어디에 있느냐는 낙관론도 만만찮다. 하지만 이번 ‘피크 차이나’ 경고는 차원이 다르다. 인구 감소와 외국 자본 탈출, 부동산 위기 등 중국에 유리했던 핵심 요소들이 모두 부정적인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올해는 중국의 성장 둔화로 인해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중국 특파원 출신의 디니 맥마흔도 ‘빚의 만리장성’에서 이렇게 예언했다. “중국의 성장 기적은 끝났고, 부채의 저주에 직면했다. 다음번 세계 위기는 악성 부채와 과잉 설비의 중국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미 한국은 중국 경제의 역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간재 수출이 쪼그라들면서 대중 무역적자가 고착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상품과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지난 40여 년간 한국 경제의 전략적 자산이었던 중국은 전략적 부담으로 둔갑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의 대외 노선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시 주석이 예고 없이 LG 광저우 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중국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을 콕 찍어 초청했다. 반도체 봉쇄를 벗어나려는 의도다. 중국은 지난 18일 오염처리수 방류에 반발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사실상 차단하면서, 같은 날 상무부는 일본 기업들에 “반간첩법 오해를 풀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의 두 얼굴이다.
40여 년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89년 톈안먼 사태로 국제 제재를 당한 중국은 한국과 수교로 탈출구를 찾았다. 공로명 외무부 장관의 방중 때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은 접견장 밖 현관까지 나와 3분 가까이 머리를 빗으며 공 장관을 기다렸다. 중국은 이번에도 한국에 유화적 입장으로 돌변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중국·반도체의 3대 악재를 반드시 풀어야 할 운명이다. 또 생존을 위해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고, 한·중 관계를 순탄하게 관리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숙명적 관계라면 중국이 손을 내밀 경우 어떻게 할지 미리 고민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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