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장동력 꺼뜨린 ‘中華 리스크’[포럼]

2023. 7. 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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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국 함정'은 성장동력이 꺼져 고도성장을 이어갈 수 없는 경제 상황의 도래를 의미한다.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6.3%로 시장 전망치 평균(7.1%)을 밑돌았다.

하지만 내수와 수출 등 경제변수만으로 중국의 중진국 함정을 설명하는 건 표피적이다.

대내적으로는 부채 누적이 중국 경제를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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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중진국 함정’은 성장동력이 꺼져 고도성장을 이어갈 수 없는 경제 상황의 도래를 의미한다.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6.3%로 시장 전망치 평균(7.1%)을 밑돌았다. 성장의 양대 축인 소비와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한 탓이다. 하지만 내수와 수출 등 경제변수만으로 중국의 중진국 함정을 설명하는 건 표피적이다. 근저 요인이 있다.

미·중 갈등을 투키디데스 함정의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기존 국제질서를 주도하던 패권국과 이를 추격하는 신흥 강대국 간의 다툼을 의미한다. 패권 경쟁에는 쫓기는 자의 초조감이 묻어 있다. 따라서 도전국의 의도와 관계없이 ‘패권국의 지위가 위협당하고 있다’는 인식 자체가 패권 경쟁을 추동한다. 2021년 기준 중국은 미국 GDP의 70%를 넘어섰고, ‘글로벌 포춘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이 135개로 미국(122개)을 추월했다. 패권 경쟁의 외형 조건은 충족됐다. 경제력 이외의 질적 측면을 살펴보자.

중국의 정식 국호는 ‘중화(中華)인민공화국’이다. 중화에는 ‘중국이 중심이고 나머지는 변두리’라는 오만이 있다. 중화는 ‘미국 지배에 의한 세계 평화 질서 유지’라는 팍스 아메리카나와도 결이 다르다. 미국은 2차 대전 승전국으로 나름의 권위와 자격을 갖췄지만, 중국은 스스로 ‘중화’를 칭했다.

미국 등 서방세계는 중국의 ‘팽창주의와 독재체제’를 최대 위협으로 인식한다. 서방세계의 대중(對中) 직접투자가 지난해 1분기 1000억 달러에서 올 1분기 200억 달러로 쪼그라든 것은 시진핑 리스크의 상수화와 무관치 않다. 그뿐 아니라 월가의 투자자들이 중국에 등을 돌리는 것도 심상찮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영 회장은 HSBC은행과 자금 인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으며, 투자사 브리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도 중국 주식을 매각한다.

대내적으로는 부채 누적이 중국 경제를 압박한다.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중국은 세계 경제를 견인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8년 미국의 GDP 대비 총부채가 250%였을 때 중국은 150%였다. 하지만 2022년 4분기엔 미국 255%, 중국 297%로 상황이 역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부채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중앙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더 타내기 위한 지방정부 간 무분별한 경쟁이 오늘날 부동산 경기 침체의 화근이 됐다.

중국은 달러 패권에 도전, 국제결제수단으로서의 위안화 등극을 희구한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올 1월 완화하고 5월에는 ‘중국 경제 재개(re-opening)’를 선언했다. 제로 코로나 완화로 1월 달러당 6.7위안까지 안정되던 위안화는 중국 경제 재개에도 불구하고 7월 초 7.2위안까지 떨어졌다. 가치가 속락하는 위안화가 결제수단이 될 순 없다.

중국은 2001년 미국의 도움으로 세계무역기구(WTO)의 일원이 됐지만, 보편적 국제질서에 역행하면서 21세기 사회주의 초강대국 실현의 꿈을 좇았다. ‘대국’과 ‘굴기’가 인용됐고 이웃 나라들에는 공세적이고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중 정서를 악화시켰고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추고 실력을 키움)로 세계와 공존을 추구했던 덩샤오핑 시대에 역설적으로 중국은 욱일승천했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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