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조폭 살해한 시민, 중국서 무죄...신림 칼부림에 재조명
신림동 묻지마 칼부림 사건 이후 급박한 범죄 상황에 직면했을 때 대처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당방위의 기준이 모호해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5년 전 중국에서 한 시민이 흉기 난동 조폭을 제압해 살해한 뒤 무죄를 받은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건은 2018년 8월 장쑤성 쿤산시의 한 거리에서 BMW 승용차와 전기 자전거 사이 접촉사고가 발생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BMW 승용차 안에는 전과 4범의 조폭 류하이룽과 그의 부하들이 타고 있었다. 류하이룽의 부하들은 차에서 내려 자전거를 타고 있던 시민 유하이밍과 말다툼을 벌였다. 그러다 차 안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류하이룽까지 합세했다.
차에서 내려 유하이밍에게 수차례 주먹을 휘두르던 류하이룽은 다시 자신의 BMW 차량으로 돌아와 흉기를 꺼내 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총길이가 59㎝에 달하는 날카로운 양면 칼이었다.
유하이밍은 자신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류하이룽과 몸싸움을 벌이다 그의 흉기를 뺏어 들었다. 이후 몸싸움 과정에서 유하이밍은 류하이룽의 복부, 엉덩이, 오른쪽 가슴, 왼쪽 어깨, 왼쪽 팔꿈치 등을 5차례 찔렀다. 7초 남짓의 짧은 순간이었다.
류하이룽은 자신의 차가 세워진 쪽으로 달아나다가 쓰러졌다. 이후 출동한 구조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유하이밍은 목과 왼쪽 가슴, 갈비뼈 등에 타박상을 입었다.
유하이밍은 현장에서 살해 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나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류하이룽이 평소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해온 점, 먼저 폭력을 휘두르고 흉기를 들고 위협한 점이 조명되며 유하이밍이 “정의를 구현했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이후 사건 현장 CCTV 등을 검토한 쿤산시 공안 당국과 검찰은 같은해 9월 성명을 내고 유하이밍의 행위는 자신의 신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방위 의도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오히려 먼저 폭행을 가하고 흉기로 위협한 류하이룽의 행위에 ‘살인 의도’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중국 공안 당국의 이 같은 결정에 당시 네티즌들은 “진정한 법과 정의 구현이다” “법이 선한 사람을 지켜준다는 증거” 등의 반응을 보이며 환호했다.
5년 전 중국의 ‘정당방위’ 사건은 최근 신림동 묻지마 칼부림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재조명됐다. 온라인상에선 범죄 상황에서 자신의 신변을 지킬 수 있는 만큼의 정당방위는 인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 네티즌들은 “한국에선 내 목숨 지키려다 범죄자된다” “한국은 폭행 당한 사람이 딱 한 번 같이 때려도 폭행 기소 되는 나라” “정당방위 관련 법이 조금이라도 개정돼야 하는 이유” 등의 반응을 보였다.
형법 제21조에 따르면 ‘정당방위’는 ①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고 ②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어하기 위해 한 행위여야 하고 ③ 방위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인정된다. 예컨대 누군가 흉기를 들고 위협할 경우 범인의 팔을 쳐 흉기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되지만, 이후 범인이 맨몸으로 추가 공격을 할 상황을 대비해 추가 폭행을 가할 경우는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는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우리 법이 규정한 정당방위는 공격에 대한 방어에 초점을 둬 보수적으로 적용된다. 한국이 비교적 안전한 사회였을 때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이라며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반영해 정당방위의 기준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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