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상받고 떠난 주인에게 철거비용 물릴 수 없어”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건물./뉴스1

보상을 받고 토지‧시설 등 소유권을 공공에 넘긴 원 소유자가 시설 철거 의무까지 부담하지는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철거 대상인 시설물 가격까지 포함된 보상금이 지급됐으니, 철거 의무는 이를 수용한 사업 시행자 등에게 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서울의 한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을 운영하던 A사와 B사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행정대집행비용 납부명령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지난 5월 12일 이 같은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A사 등은 1999년 서울 노원구에서 개발행위허가를 받고 자동차운전전문 시설 등을 설치해 학원을 운영해왔다. 서울시가 해당 학원이 포함된 지역에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하면서 A사 등은 자진 폐업했다. 이들은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2021년 소유권을 이전하고 토지 등에 대한 손실보상금으로 약 5억1000만원을 받았다.

소유권을 넘겨받은 서울시는 같은 해 A사 등에게 운전학원 건물 등의 자진철거를 요구하며 계고를 보냈다. A사 등이 이에 따르지 않자 서울시는 강제 집행으로 철거를 진행한 뒤 비용 5081만원을 납부하라고 통지했다. A사 등은 “시설 등 지장물에 대해 물건 가격으로 손실보상을 받았으므로 철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철거 대상물을 포함해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하기로 한 재결이 이루어졌으므로 원고에게 철거 등을 요구할 수 없다”며 “철거 대상물은 A사 등이 스스로 한다고 하지 않는 이상 사업 시행사가 직접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