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이필수 의협 회장…첫 시험대는 '수술실 CCTV 의무화'
시행 코앞 '수술실 CCTV' 헌법소원 추진…정부 협상 태도 전환?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 이필수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탄핵안이 부결되면서 의대정원 확대,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등 의료 현안을 둘러싼 일부 대의원들과 집행부 간 갈등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탄핵 사태를 계기로 의협 내부 반발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만큼 향후 정부와의 협상에서 이전과는 다른 기류 변화가 예상된다.
전날(23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이필수 회장 불신임 안건을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48표, 반대 138표, 기권 3표로 부결됐다.
이 회장 불신임안에 대한 가결 요건은 '(대의원) 출석자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했지만, 이날 임시 총회에는 재적 대의원 242명 중 189명이 투표해 73%(138표)가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이정근 상근 부회장과 이상운 부회장에 대한 불신임안도 각각 반대 117표, 반대 124표로 부결됐다.
당초 대의원들이 집행부 불신임을 추진한 사유는 11가지에 달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의협 내부 여론이 절대적이지만 집행부가 이에 반해 독단적으로 정부와 합의하며 끌려가고 있다는 불만이 가장 컸다.
이에 대해 이필수 회장은 "복잡한 정치적 지형 변화 속에서 현안 대응은 강경 반대 또는 타협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고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 회장은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따끔한 지적에 앞으로는 오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며 "대의원과 더 많이 소통해 오해가 없도록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협의 등 현안 해결에 모든 권한을 갖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대의원회 산하에 설치하는 안건도 함께 상정됐으나 찬성 반대 40명, 반대 127명, 기권 2명으로 이 역시 무산됐다.
투표에 참여한 한 대의원은 뉴스1에 "몇몇 사람들이 집행부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면서 "그러나 불신임이 되면 현안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체 여론 때문에 부결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의협이 정부와의 논의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의협 대의원회 의장도 "정부와 정치권은 의료계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의장은 임시 대의원총회 개회사를 통해 "(이번 일은) 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결정하고 내부 단결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정부와 정치권은 그동안 각종 의료정책과 의료 관련 법안을 추진하면서 당사자인 의사가 아닌 국민을 앞세우며 양보와 굴종을 강요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계 생태계의 근간을 흔들고, 의사를 적대시하는 불합리한 정책을 중단하라"며 "협회도 내부적으로 결속해 정부 요구에 대해 유연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임시 대의원 총회를 계기로 재신임을 받은 현행 집행부의 첫 시험대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될 전망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2021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해 9월 공포됐으며, 2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미 각계 논의를 거쳐 시행을 코 앞에 둔 상황인데, 의협은 헌법소원을 통해 해당 의료법 개정 조항을 무력화 하기로 결정한 것.
의협 안팎에서는 이필수 회장 불신임으로 제기된 사유 중 하나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일방적 수용'이었던 점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관측이 많다.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법제화 헌법소원 청구인을 모집하는 대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의협 내분과 기조 변화 움직임에 보건복지부는 "항상 열어놓고 의견을 듣고 있었다"는 반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 집행부든, (간호법 때 포함) 비대위든 계속 협의를 해왔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는 법적 기구인 복지부 내 보건 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의 요청, 의견을 항상 열어놓고 듣고 있다.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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