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피해 마음 아파"…기초수급 어르신, 공병 모아 번 500만원 기부

"수재민 위해 써주세요"…강서구청에 500만원 기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80대 어르신이 호우 피해를 입은 수재민을 위해 써달라며 500만원을 기부했다. /사진제공=서울 강서구

"강서구청장님 이번 수재민을 위하여 써주세요."

지난 20일 강서구청을 찾은 김모(85) 할아버지가 이같은 내용이 적힌 봉투를 대뜸 구청 직원에게 건넸다. 이 봉투에는 5만원권 지폐 100여장이 들어있었다.

24일 구청에 따르면 김 할아버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그가 이번에 구에 건넨 500여만원은 수년 간 생계급여를 아끼고, 공병을 수집해 모은 돈이었다.

김 할아버지는 "호우 피해를 입은 분들을 TV로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이번 호우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해 귀한 곳에 사용해 달라"고 하며 돈을 기부했다.

김 할아버지는 집안에 모아둔 공병을 처리하고, 그 수익금 역시 호우 피해를 입은 이웃을 돕는데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어르신의 소중한 마음을 생각하니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며 "수해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분들이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서구는 김 할아버지가 전한 성금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호우 피해 복구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