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비싼 서울집 사야합니까?”…‘서울 불패’ 위협하는 GTX [매부리레터]
“무조건 서울” vs “GTX 신도시 가자”
‘생애 첫집’ 매수 고민하는 3040 저울질
“아무리 일자리가 많다고 하더라도, 결국 문화·교통·교육·일자리의 중심지 서울을 따라갈 수 없죠. GTX타고 서울 왔다갔다하느니 그냥 서울에 등기를 치세요.”(서울 노원 거주자 직장인 이모씨)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3040 직장인들의 ‘내집마련’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가용자원이 넉넉치 않은 이들은 한정된 주택가격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머리를 싸맵니다. 주로 이들이 고려하는 주택은 9억원 이하 주택입니다.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해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많이 활용합니다.
가격대가 정해지다보니 서울에서는 구축 소형이 가능하고, 경기도 신도시는 준신축이나 30평대 아파트가 가능합니다. 집값이 비싼 서울에서는 구축과 소형평수밖에 없고, 경기도로 눈을 돌리면 신도시 30평대를 노려볼 수 있습니다.
“역시 서울이 답인가”라고 마음이 기울다가다도, GTX 뉴스를 보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서울 강남까지 30분이면 도달하는 GTX가 개통되면 경기도도 ‘서울’ 못지 않은 위상으로 입지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노선은 GTX-A입니다. A노선은 올해 하반기 시험운행을 거쳐 내년 상반기 수서~동탄, 하반기 운정~서울역이 개통될예정입니다. 단, 영동대로 복합개발 사업과 연계된 삼성역은 2028년 완공돼 그전까지는 무정차 통과로 운영됩니다.
GTX-A가 개통되면 동탄에서 서울 도심까지 20분내 도달 가능합니다.
그다음 타자는 GTX-C입니다. ‘GTX-C는 최근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국토부는 GTX-C 사업 시행자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씨노선주식회사(가칭)와 실시협약을 조속히 체결하고 연내 착공해 당초 계획대로 2028년 개통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덕정역에서 서울 삼성역까지 29분, 수원역에서 삼성역까지 27분이면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GTX가 개통되면 서울에 도달하기까지 광역버스, 지하철을 이용해서 2시간씩 걸렸던 곳들이 1시간, 30분 이내 서울 도심까지 도달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동탄역 초역세권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84㎡는 최근 15억원에 실거래 됐습니다. “동탄이 15억이 말이 되느냐”는 시각이 있었지만 14억원대 거래가 2건이나 더 있습니다.
GTX-A와 C노선 두개 연장 추진중인 평택 지제역도 집값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평택지제역세권 3기신도시 조성 계획을 밝히면서 GTX-2개 노선 연장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평택지제역 초역세권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9억원 신고가에 거래됐습니다.
‘위기의 시대, 사야 할 부동산 팔아야 할 부동산’(저자 김부성)에서 저자는 “GTX가 수도권 집값 판도 확 바꾼다”고 주장합니다.
저자가 밝히는 교통호재는 △지상철보다 지하철 △경전철보다 중전철 △강남권 경유 △지방보다 수도권 △자가용과 버스보다 빠른 전철 △발표 예정이나 개통예정인 전철 △서울 도심보다 수도권 외곽의 전철 등 7가지 요건을 갖출때 파급력이 큽니다. 그런데 GTX는 이 7가지에 다 부합한다는 것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결국 GTX 효과가 가장 큰 곳은 서울과 멀면서 지하철이 없던 곳이 생기는 곳입니다. 이러다보니 서울과 물리적 거리가 먼 동탄, 평택, 양주 옥정, 파주 등 경기도 외곽 신도시가 주목을 받는 것입니다.
‘GTX가 경기도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연구원은 “GTX 개통으로 경기도 아파트 단지중 77.6%가 가격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경기도 아파트 10곳중 7곳은 GTX 효과로 집값이 오른다는 것입니다.
특히 교통소외지역인 경기 북부가 경기 남부보다 더 큰 상승률을 기록하는데, GTX로 가장 집값이 오른 상위 3곳은 양주시, 동두천시, 남양주시였습니다. 하위 3곳은 수원장안구, 수원영통구, 과천시였습니다. 경기북부보다 교통이 발달한 수원과 과천이 GTX 효과로 인한 상승률은 경기 북부보다 낮았다는 것입니다.
즉 이 연구의 함의도 “(교통 인프라가)없던곳이 있던 곳이 되면서 GTX로 인한 부동산 상승 효과가 크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부의 인문학‘(우석 지음) 저자는 GTX 효과에 대해 “운송 비용이 비싸다면 GTX 파급력엔 한계가 있다”고 전망합니다. 그는 “동탄에서 삼성역까지 KTX나 SRT와 비슷하게 요금이 8000원으로 나온다면 어떨까”라며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편도 8000원이면 왕복 16000원이고 20일간 출근하면 한 달에 교통비 32만원을 낸다. 맞벌이 부부라면 한 달에 64만원을 교통비로 사용하게 된다. 이 돈이면 보증금을 더해서 서울 아파트에 월세로 살 수도 있다. 8000원 이상이면 GTX 효과가 약화된다.”
그렇다면 GTX 요금은 얼마정도일까요.
지난해 경기연구원 교통물류연구실의 연구(박경철)에 따르면, 10km까지 기본요금 1250원에 별도 운임 1600원, 추가요금 5km당 250원식이 예상됩니다. 이를 적용하면 킨텍스역에서 삼성역까지 37.4km에 4350원입니다. 현재 대화역~삼성역 구간 도시철도(49.4km) 요금 1850원 대비 2.4배, 광역버스 요금 3100원 대비 1.4배 수준입니다.
지하철을 타면 1시간도 넘게 걸릴 거리를 30분 내에 갈수 있습니다. 기존 요금보다 ‘조금 더’(1.5~2배) 내고 GTX 이용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천안아산역에서 KTX로 서울역까지 40분으로 단축돼 경기도 외곽보다 더 빨리 오지만 심리적 거리감은 크다. 절대적 거리를 무시 못한다. GTX 개통으로 시간적 거리 단축해도 실제 거주해야한다면 교통비, 자녀, 학군 등 고려해서 탈서울 결정을 못할 것이다.”
그런데 왜 GTX 호재 지역은 집값이 상승한 것일까요. 이에 대해 박 위원은 “주택가격 요인으로 보면 (집값 상승에 대한)기대 심리가 집값 상승의 큰 요인인데, 이 GTX 호재가 실수요보다 갭투자자들을 자극해서 집값이 상승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갭투자자들이 모바일 지도앱으로 거리를 보고 투자를 하는데, 모바일로 보면 인천 송도나 경기도 평택도 가깝게 느껴진다. GTX 집값 상승은 갭투자 붐과 맞물렸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번 상승장때 경기 동두천 등 경기 북부까지 집값이 뛰었습니다. GTX 효과로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입니다. 그러나 이번 하락장을 맞아 투자수요가 뚝 끊기면서 경기북부는 집값이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동두천과 인접한 경기 양주 고암동 주원마을 주공2단지는 GTX효과로 2021년 3억원까지 갔으나 하락장때 40%이상 내려앉아 현재 1억7000~8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경기 남부든 북부든 두곳다 GTX 효과가 있습니다. GTX는 경기도 북과 남을 이어 서울 3대 업무지구를 관통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기 남부가 반등에 빠르게 성공한 반면, 경기 북부의 집값은 주춤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정적 차이는 ‘일자리’일 것입니다.
9억원 이하 특례보금자리론을 받는 이들은 전형적일 실수요입니다.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매수하면서 투자 가치도 고려하는 수요자들이 일자리 근처 지역을 찾다보니 경기남부는 거래가 늘면서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내용을 연구한 용역 결과가 올 하반기에 나올 예정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GTX-A·B·C노선 연장과 D·E·F노선 신설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한 바 있습니다. 연구는 이러한 계획이 타당성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 연구결과를 이달 중 발표한다고 했는데,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어서일까요, 발표 범위를 놓고 저울질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때 1000만명이 넘었던 서울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 941만명 수준입니다. 집값 비싼 서울 떠나 경기도로 떠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GTX가 개통되면 탈서울 행렬은 더 가속화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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