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만 100채, 문제 없다"…저소득층 등친 일가족 전세사기 일당 검거

장인이 딸·사위 등 명의로 '무자본 갭투자'로 빌라 100여채 취득
피해자 98명, 피해금 약 90여억원
가담한 공인중개사 2명도 검거

지난 4월 2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전세사기 대책 관련 윤석열 대통령 면담요청 기자회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뉴스1

인천과 경기 부천 등 수도권 일대에서 전세사기를 벌인 일가족이 검찰에 송치됐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2019년 6월부터 인천과 경기 부천 등에서 신탁등기·무자본 갭투자 등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60대 남성 A씨와 딸, 사위를 비롯해 이들의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2명 등 13명을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일당 13명 중 범행을 주도한 A씨와 공인중개사 B씨 등을 구속 송치했고, 나머지 11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구속된 A씨는 인천 미추홀·서구, 경기 부천 등 수도권에 100여채의빌라와 오피스텔을 가족 등의 명의로 매입했다. 이후 부동산 신탁을 통해 대출을 받거나 부동산 담보 대출을 최고 한도까지 받았다.

A씨는 자신의 아들과 사위 등 공범들로 하여금 임차인을 모집하게 했고 공인중개사 등과 공모해 임차인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진다'며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대출로 근저당권이 설정된 주택에 대해 부동산중개인과 공모해 임차인을 상대로 "내가 부동산분양대행업체 대표다" "집이 100채에 이르는데 전세금을 못 돌려주겠냐"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일가는 은행권 대출과 임차인의 보증금을 이용해 인천 부평·남동구·서구와 경기 부천·안성 등지에서 1억~2억원대에 빌라와 오피스텔을 계속해서 구입했다. 경찰은 이들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다는 것을 예상하고도 부동산을 구입,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고 판단하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피해자들 대다수는 저소득층, 사회초년생, 외국인이었다. 98채의 부동산 중 61채는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32채는 경매가 시작됐다. 아직 임차기간이 끝나지 않은 계약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임대차 계약시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저당권 설정 여부, 채권 최고액 등을 필수적으로 확인하고 신탁 등기된 부동산의 경우 신탁원부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탁 등기된 부동산은 신탁사가 소유자로 신탁사의 동의 없이 원래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경우 임차인은 불법 점유자로 거주권
과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보장받기 어렵다.

지난 1월 31일 인천 부평구 더샵 부평센트럴시티 상가에 임시 개소한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3.1.31/사진=뉴스1

정세진 기자 sej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