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이로운 사기' 머리 위 맘껏 부린 기교 [인터뷰M]

이호영 2023. 7. 2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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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천우희가 '이로운 사기'를 쥐락펴락 가지고 놀았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천우희는 최근 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극본 한우주·연출 이수현)를 마쳤다. 극중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이용해 왔던 공감불능 사기꾼 이로움을 연기한 그는 뛰어난 열연으로 종국에 타인과의 교감을 배울 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을 이롭게 만들기 위해 나서는 성장 서사를 완성했다.

천우희는 iMBC연예에 "시원섭섭하다. 9~10개월의 촬영이 끝나 홀가분하지만, 방송을 보다 보니 너무 빨리 지나간 느낌이라 섭섭하기도 하다.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이 더욱 크다"며 "나름 공들인 시간들이 계속해서 매주 결과물로 나오고 있다. 벌써 끝나다니 아쉽고, 같이 고생한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게 가장 섭섭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대본을 받은 건 오래전이다. 여성의 서사 위주 이야기가 완성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다. 오랜 시간 기다려왔다. 김동욱이라는 좋은 배우와 훌륭한 제작진을 만나면서 이뤄진 작품이다. 모두에게 감사한 작품"이라며 "제목에 끌렸다. 모순적인 두 단어가 결합됐다. 제목부터 끌림이 있었다. 묘한 긴장감이 흥미로웠다. 사기꾼이라는 인물의 모양새도 마음에 들고, 배우 입장에서 끌렸다"고 말했다.

아이큐 180을 넘는 천재적인 두뇌와 사기라는 수단으로 법으로도 심판하지 못하는 악인들을 처단하는 이로움. 천우희는 '다크 히어로'로 활약하기 위해 카지노 딜러부터, 간호사, 아동심리상담가, 재벌가 상속녀 등 다양한 직업군을 모양새, 몸짓, 발짓으로 표현해야 했다.

이와 관련 천우희는 "고유의 색채가 정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외적인 색감에 욕심을 냈다. 의견을 많이 제시했다"고 전했다. 일례를 들어달라니 그는 "카지노신에서는 조금 더 카리스마 있는 헤어와 의상, 메이크업 등을 더 강하게 꾸며달라 요청했다. 심리상담가에게는 흰색을 녹였다"며 "어쩔 때는 블랙을 입지만 섹시한 블랙, 단아한 하얀색, 핑크색이지만 조금 더 여성스러운 색들을 디테일하게 나눠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자신의 역할에 남의 옷을 입히진 않는 편이란다. 그는 "웬만해서는 레퍼런스를 삼지 않는다. 굳이 찾지 않으려는 건 아니지만 인물 구축하는 방법이 그렇다. 딱 떠오르는 이미지들의 단상을 모아서 구현해 내려 노력할 뿐이지 외부에서 레퍼런스를 찾지는 않는다. 그 방식이 틀렸다고 생각 안 하고 나에게 더 잘 맞더라"고 덧붙였다.

1인 다역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작품 속 서사 없는 다수의 인물을 오로지 연기법으로만 관철시켜 시청자를 납득시켜야 한다는 대목은 배우 입장에서 위험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자칫 한계가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 천우희는 달랐다. 그는 "즐거움이 컸다. 연기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연기적으로 감정이나 깊이, 내면을 보여주는 연기가 주를 이뤘다. 이번에는 할 수 있는 걸 다양하게 펼치다 보니 오히려 즐거웠다"며 웃었다.

이로움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유리하고 편안한 길 대신, 다소 가파를지라도 즐거움과 보람이 있는 험지를 택한 것. 천우희는 "지금까지의 역할들과 비교하자면 역할의 표면적 기술의 차이가 컸다. 첫 번째 카지노 장면에서는 교포의 느낌을 줬다. 심리상담가를 연기할 때에는 신뢰감 있는 보이스를 연습했다. 보이스피싱 때는 더욱 기교를 넣어 차별을 뒀다"며 "이렇듯 지금까지 기교를 부릴 기회가 많지 않았다. 기교보다는 깊은 감정을 필요로 하는 연기를 주로 했다 보니 이번 역할이 더욱 감사하고 즐거웠다"고 밝혔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로운 사기'는 천우희에게 어려운 숙제도 줬다. '방백'이라는 연기 기법이다. 주로 연극 무대 위에서 사용되는 방백은 등장인물이 말을 하지만 무대 위의 다른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는 대사를 뜻한다. 천우희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로움의 의도와 계획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장면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많은 단서들이 있었다.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필요할 때 장면적으로 설명하기엔 이해하고 납득시키기 어렵기도 했을 거다. 장면만 설명했으면 지금보다도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일각에서는 전개를 장면이나 상황 아닌 대사로 설명하는 방식이 다소 낯설다 지적했다. 천우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각자 역할의 서사와 캐릭터가 딱 떨어지는 작품이다. 이로움이 생각하는 건 기준 이상으로 똑똑하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 방식을 택한 거라고 생각한다. 목적이 수단이 된 게 아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할 때 혼자가 되는 게 가장 빠른 것뿐"이라며 "감정이나 정서적 전달이 많은 편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이야기 전체를 전달하는 전달자의 몫이 컸다. 이 사기극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이로움의 서사였다. 그 아래로 인물들의 서사가 얽혀있었다. 시청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확실한 전달을 위해 애썼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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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은 다소 아쉬웠다. 이에 천우희는 기준을 비틀어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다. 이제는 조금 의미가 사라진 느낌은 든다. '멜로가 체질' 1%를 겪어봤다.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라며 "인생 드라마라는 분들도 아주 많다. 이번 작품 역시 성적이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천우희는 스스로에게도 색을 입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뻔하지만 흰색 도화지를 이야기하시곤 한다. 그 색깔을 꼭 정해야 하나 생각이 든다. 오히려 색보다는 물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색을 넣어도 입혀지고 컵마다 모양이 바뀌는 그런 배우"라고 표현했다.

iMBC 이호영 | 사진출처 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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