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까지, 소상공인 “엎친 데 덮친 격”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9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 인상된 9860원으로 의결해 발표했다. 인상 폭은 비교적 작지만, 이미 한계 상황에 다다라 있는 소상공인들은 이 역시 부담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안양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홍모씨는 “편의점 두 곳을 하다가 한 곳을 최근에 정리했다”며 “갈수록 인건비가 늘어나 아르바이트 고용을 그만 두고 직접 운영하려다 보니 두 곳을 동시에 운영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올 하반기 중으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크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4인 이하 사업장은 1999년부터 최저임금 등 일부 조항만 대통령령에 따라 적용되고 있다. 이들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유급휴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연장·휴일·야간수당, 법정 근로시간(현 주 52시간) 등은 보장받지 못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314만여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7% 수준이다.
이미 정부와 여당은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해 추진 중이다. 노동개혁 관련 전문가 자문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근로시간 개편안과 함께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지난해 12월 정부 권고안에 담았다. 고용노동부도 올해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의 하나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안을 포함했다. 당장 법정 근로시간이나 수당 지급과 같이 자영업자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내용보다는 휴가나 부당해고 관련 내용을 우선 적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번 적용되기 시작하면 결국 전체 조항이 적용되고 일부 내용만 예외가 되는 방향이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특히 소상공인 업계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 끌어안기’ 일환으로 이를 적극 추진하고, 친노동 성향인 야당이 이에 합의해 빠르게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국민의힘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연차휴가와 연장·야간·휴일수당부터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도 관련 법안 초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당장은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이 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부터 적용하겠다고 하지만 이 역시 탁상공론”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용자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근무 장소를 분리해야 하는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이를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했다. 차 본부장은 “여당에 소상공인연합회의 반대 의견을 전달했고, 논의가 가시화되면 결사 반대에 나설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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