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메이저 "음악은 그냥 예술 아냐…영양이나 생명"

이재훈 기자 2023. 7. 2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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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정규 발매…3집 '콜롬보'
펜데믹 관통하며 견뎌낸 앨범
8월 10~11일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서 내한공연
[서울=뉴시스] 브루노 메이저. 2023.07.24. (사진 = Neil Krug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가장 개인적인 경험이 가장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

영국 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 브루노 메이저(Bruno Major·35)가 3년 만인 최근 발매한 세 번째 정규 앨범 '콜롬보(Columbo)'가 새삼 환기하는 명제다.

'콜롬보'는 메이저가 발표한 어떤 이전 작품보다 솔직하고 자전적이다. 코로나19로 음악 활동에 불가항력적 장벽이 생겨 우울에 빠진 것이 시발점이 됐다. 메이저가 '자아의 죽음'이라 부를 정도의 깊은 수렁이었다.

'콜롬보'는 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떠났다. 거기서 곧장 차 한 대를 구입한다. 빈티지 카와 함께 많은 파티를 오가며 새로운 삶을 맞이하던 그때, 운전 중이던 그의 차량이 그만 다른 차와 충돌했다. 차량이 반파될 정도로 큰 사고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메이저는 그 사고를 통해 큰 음악적 영감을 얻게 된다.

희비를 오가는 일련의 사건 속에서 피어오르는 수많은 감정이 '콜롬보'의 시작이었다. 앨범 타이틀 '콜롬보'는 메이저가 LA에서 구입한 바로 그 자동차의 이름이다. 메이저는 서면 인터뷰에서 "너무 아끼던 차가 그렇게 되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다시 작업을 시작했죠. 이 앨범의 수록곡들을 그때부터 6개월동안 완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앨범엔 풍부한 음색과 다양한 감정이 출렁이는 12개 트랙이 실렸다. 수려한 보컬과 멜로디 라인이 어우러진 발라드 트랙 '어 스트레인지 카인드 오브 뷰티풀(A Strange Kind Of Beautiful)'을 필두로 메이저가 자동차에게 보내는 회고와도 같은 '콜롬보', 끓어오르는 감정의 R&B 트랙 '텔 허(Tell Her)', 메이저가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며 쓴 노래로 가장 개인적인 트랙인 '더 쇼 머스트 고 온(The Show Must Go On)' 등이 눈길을 끈다. 다음은 국내 기획사 EMA를 통해 메이저와 나눈 일문일답.

-약 3년 만의 정규 음반입니다. 팬데믹 시대를 관통하면서 작업한 음반이죠. 그 시기를 거치면서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요. 그 중에서도 당신이 가장 많이 생각한 건 무엇이고, 그것이 이번 음반에 반영된 지점이 있나요? '자아의 죽음'이라는 표현까지 쓴 것으로 아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런던에서 지내다가 조용한 고향 동네의 부모님 댁으로 가서 정말 오랜만에 아무것도 안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어요. 처음에는 좋았는데 그런 시간이 오래 계속되니까 '내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제 자신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고 '혹시 내 자아가 죽어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삶의 의미를 뺏긴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창작 작업으로부터 손을 놓은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 같아요."

-팬데믹 기간에 노샘턴(Northampton)의 부모님 댁에서 지내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평화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곳이 당신에게 새로운 의미를 가져다 줬나요? 팬데믹이 끝나고 LA로 향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고 이후에 LA에서 겪은 일들은 음악 작업에 어떤 시너지가 됐습니까?

"런던의 캠던타운에 있는 스튜디오에 살고 있을 때 팬데믹이 시작됐는데 락다운 때문에 대부분의 상점들이 영업을 못하니 갈 곳도, 할 것도 없었어요. 차라리 부모님 댁에 가 있는 게 낫겠다 싶었죠. 힘든 점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던 건 좋았어요. 락다운이 끝나자마자 영국만 아니면 다 좋다는 심정으로 간 곳이 LA였는데 지난 몇 년간 아무런 창작활동을 안 하다가 LA로 가서 내가 다시 살아 있음을 느꼈어요. 그래서 6개월만에 이번 앨범을 완성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빈티지 1978년 식 메르세데스 380SL '콜롬보'가 이번 작업의 주요 키워드인 걸로 들었습니다. 그것의 어떤 지점이 당신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나요?

"팬데믹 락다운이 풀리자마자 집에서 뛰쳐나오다시피 미국 LA로 갔고, 거기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그 차를 산 거였어요. 너무 아무것도 안 하다가 LA에 오니 고삐가 풀린 듯 술도 많이 마시고 거의 매일 파티였죠. 그러다가 어느 날 콜롬보가 사고가 났는데, 너무 아끼던 차가 그렇게 되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다시 작업을 시작했죠. 이 앨범의 수록곡들을 그때부터 6개월동안 완성한 거예요."

-결국 '콜롬보'와 작별했고, 당신의 방황도 끝났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아이러니한 상황인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침실을 작업 스튜디오로 개조해 사용한 건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인 거죠? 이런 시도가 사운드의 질감에도 혹시 영향을 준 부분이 있나요?

[서울=뉴시스] 브루노 메이저. 2023.07.24. (사진 = Neil Krug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작곡하는 장소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아요. 침실이든, 주방이든, 도로 위에서든,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그 자리에서 곡을 써요. 이번 앨범의 경우, 모든 곡은 LA에서 썼고, 모든 녹음은 런던에서 했는데, 콜롬보는 사고 직후, 그 길바닥에 앉아서 쓰기 시작했어요."

-이런 일련의 과정이 피아노 대신 메모장, 펜 어쿠스틱 기타로 작업하게 된 계기가 됐나요?

"일단 저는 대부분 메모장과 펜, 그리고 악기 하나로 곡을 만들어요. 사실 제가 피아노를 잘 치지는 못해요. 그런데 스물 두 살 때 첫 앨범을 피아노로 작곡한 후 십 년 간 모든 곡을 피아노로 만들었어요. 기타를 오랫동안 배웠고, 한 때는 저의 생계를 책임졌던 악기라 기타는 생계수단이지 창작의 도구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피아노가 깊이 있고, 소리도 풍부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왠지 기타로 작업해보고 싶어서 앨범 전체를 기타로 작곡했는데 오랜만에 기타연주를 하니 아주 좋았어요. 이제는 기타를 바라만 봐도 쓰고 싶은 음악이 끊임없이 떠올라요."

-이번 앨범은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앤디 샤우프, 미국 싱어송라이터 빌리 조엘, 바로크 시대 작곡가 바흐,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폴 사이먼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요. 이 음악가들의 어떤 부분이 음반 혹은 태도에 영향을 미쳤나요?

"앤디 샤우프는 실버레이크의 어느 매장에서 우연히 듣고 그가 만드는 음악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운 소리, 분위기, 따뜻함, 복고와 젊음의 조화, 그의 그러한 모든 것이 좋아요. 빌리 조엘은 송라이팅의 절정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저는 멜로디와 가사가 둘 다 훌륭한 음악을 좋아하는데 조엘의 노래들은 바로 완벽한 예시죠. 이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바흐는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어요. 바흐는 모든 음악의 중심에 있는 음악인으로 재즈에서 다루는 많은 선율들이 바흐의 음악에서 왔고, 템퍼튜닝을 최초로 한 사람도 바흐예요. 지금 들어도 바흐의 음악은 재즈와 많이 통한다고 생각해요. 폴 사이먼은, 그가 이룬 모든 것은 그의 재능과 노력을 보여 준다고 생각해요. 음악에 대한 사이먼의 이해도과 그의 시적인 감각은 누구도 따라하지 못해요. 저는 이들의 음악을 많이 듣고, 그들처럼 음악을 임하는 자세로 일하고 싶어요."

-작곡은 '단어와 음악의 상호작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선율과 가사가 잘 소통하고 있다는 신호는 어떻게 알아차립니까?

"멋진 질문이에요. 저는 음악은 멜로디와 가사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 믿어요. 이 두 가지가 잘 소통하는 있다는 신호는 느낌으로 알죠. 그리고 물론 듣기 좋으면 그게 잘 소통하고 있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콜롬보'의 가사 중 "아이 크래시드 유 언더 더 세팅 선(I crashed you under the setting sun)"에서 나는 소리는 지는 해를 표현한 건데, 이 부분을 들으면 실제로 지는 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질 거예요. '트러젝터리스(Trajectories)'의 '더 허트 댓 아이 필 윌 리마인드 미 오브 유(The hurt that I feel will remind me of you)' 부분에서는 메이저 코드 대신 마이너 코드를 써서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이렇듯 선율과 가사가 딱 맞아떨어지면 그 노래는 성공한 거예요. 같은 가사에 다른 선율을 맞추면 가사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도 선율과 가사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지요. 가사가 없는 노래도 마찬가지예요. 베토벤의 '월광'을 들으면 실제로 월광이 떠오르죠."

-'더 쇼 머스트 고 온'은 사운드의 분위기가 가사나 제목만 봐도 첫 트랙이 될 수밖에 없는 트랙이에요. 인트로에 배치하기 위해 작정하고 쓴 곡인가요? 이 곡을 신호탄으로 트랙 배치에 가장 신경을 쓴 지점은 무엇인가요?

"그런 생각을 하고 쓴 곡은 아닌데, 녹음실에서 피아노 부분을 먼저 녹음하는데,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는 순간 이 곡이 인트로가 될 것을 알았어요. 그거 말고는 달리 신경 쓴 건 없었어요."

-앨범은 할머니, 친구 등 주변 관계성에 대해 노래가 다수 담겨 있기도 합니다. 음악이 당신의 지나간 인연, 현재 인연을 어떻게 묶어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얼마 전 제 인스타그램에 이번 앨범의 트랙리스트를 올렸는데, 그러고 보니 모든 곡이 인간관계에 대한 곡들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모두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저 자신에 대한 곡들이더라고요. 저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친구들이랑 나눈 대화에서도 음악적 영감을 받는데 저에게 의미가 있는 관계는 모두 음악으로 연결돼요."

-그런 관계성을 담은 것이 당신과 음악 관계도 재정립해준 부분이 있나요?

[서울=뉴시스] 브루노 메이저. 2023.07.20. (사진 = Neil Krug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생각해보면 저는 그런 관계를 통해 음악작업을 하는 거 같아요. 주로 지나간 인연에 대한 감정이 잘 정리되고 할 말이 많아서 노래도 지나간 인연에 대해서 쓰는 편이에요. 현재 진행형인 관계나 인연들은 저의 감정과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곡을 써요."

-'트러젝터리스'는 이전 앨범 수록곡들과 3부작으로 엮이는 곡이라고요. 어떤 것에 대한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나요? 이런 연작 시리즈는 음악가에게 어떤 도전이 됩니까?

"3부작의 첫 곡은 '플레이스 위 원트 워크(Places We Won't Walk)'이고 두 번째는 '투 렛 어 굿 싱 다이(To Let a Good Thing Die)' 그리고 '트러젝터리스'가 마지막 곡인데, 이 세 곡은 모두 피아노 발라드인 사랑노래고 서로 비슷한 정서를 공유해요. 이런 연작 시리즈를 만든다는 건, 음악가가 자신의 작품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작품으로 보고,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는 건데, 마치 영화의 장면들이 순서대로 나오듯이 말이죠. 타란티노 감독도 그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메멘토'와 '인터스텔라'는 다른 영화지만 둘 다 시간이라는 테마를 공유해요. 영화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 때 3부작으로 만들듯이 음악도 그렇게 만든 거예요."

-재즈 기타리스트로 경력을 시작했죠. 그런 기본적인 당신의 성향이 음악 작업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뒤늦게 노래를 시작했는데 좀 더 좋은 보컬을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많은 팬들은 당신의 목소리에서 은하수, 밤안개 등 주로 밤 분위기를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재즈는 제 음악 전반에 걸쳐서 다 영향을 주고 있지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재즈 공부를 할 때는 스탠더드 재즈를 거의 외우다시피 연주하는데, 그 곡들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새로운 곡을 만들 때도 그 재즈곡들이랑 섞여서 나와요. 그러니 제 음악은 재즈 구성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한국 팬들이 제 목소리를 그렇게 평가하는 건 아마도 제가 노래를 잔잔하게 읊조리 듯 불러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를 가수라기보다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저 제 목소리는 제가 만든 음악의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 참 감사합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한국 라디오 프로그램에 당신의 곡 '나싱'을 신청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관련 소식을 들을 적이 있나요?

"제 음악을 SNS로 소개한 적이 있는 건 알았는데 라디오에서 추천까지 한 줄은 몰랐는데 정말 감사한 일이네요.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한 적도 있는데… 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른 가수들이 제 노래를 추천해 주는 걸 알고 정말 감사를 표하고 싶었어요."

-이번 내한공연(8월 10~11일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은 어떻게 꾸밀 예정인가요?

"많은 가수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가 다 있을 거예요. 저도 멋진 무대를 보여주려고 하고 있고 한국 팬들 앞에서 제 음악을 빨리 들려드리고 싶어요. 빈 말이 아니라 저는 아시아 나라들 중에 한국을 가장 좋아해요. 특히 한국의 문화와 영화를 좋아해요. 최근에는 '올드보이'를 봤는데 한국인의 정서와 영국인의 정서가 통한다는 확신을 느꼈어요. 영국에서도 한국식당을 자주 찾을 정도로 한국음식을 좋아하는데, 8월에 공연하러 가면 진짜 한국음식 먹을 생각에 이미 기분이 좋아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은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나요?

"물론이죠. 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얼마 전에 이선 호크(Ethan Hawke)가 예술과 창의성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우리 모두 어떠한 형태의 트라우마, 슬픔, 좌절 등을 겪는데,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통해 위로받고 극복한다'고요. 그 예술이나 창작물 중에 저는 음악이 우리에게 가장 와닿고 우리 마음을 움직인다고 믿어요. 예컨대 레너드 코헨의 '할렐루야'를 들으면 즉시 위로가 되는 것처럼요. 생각해보면 음파의 진동을 우리가 실제로 몸으로 느낄 수 있잖아요? 음악만이 할 수 있는 거죠. 호크가 말했듯이 음악은 그냥 예술이 아니라 우리 삶을 존재하게 해주는 영양이나 생명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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