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딸·아들·사위까지 끌어들여 보증금 87억 ‘꿀꺽’

전세사기 분양대행업자 구속

전세사기범이 임대차계약할때 간편하게 사용한 만능도장.|인천 계양경찰서 제공

아내와 아들과 딸, 사위까지 끌어들여 전세사기를 벌인 부동산 분양대행업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분양 대행업자 A씨(61)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공인중개사 B씨 등 11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2019년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인천 미추홀구와 서구, 부천 등에 98채의 빌라와 오피스텔 등을 가족과 타인 명의로 매입한 뒤 신탁 등기와 무자본 갭투자 등의 수법으로 세입자에게 보증금 명목으로 87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소유한 98채 중 61채는 계약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고, 32채는 경매가 개시됐다.

조사 결과, A씨가 매입한 빌라와 오피스텔은 부동산 신탁을 통해 대출을 받거나 부동산 담보 대출을 최고 한도까지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탁 등기된 부동산은 신탁사 소유로 신탁사의 동의 없이 원래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경우 임차인은 불법 점유자로 거주권 및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보장받기 어렵다.

A씨는 또 아내와 딸 2명, 사위 2명, 아들 등 가족에게 임차인을 모집하게 하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진다”며 임차인을 속였다.

공인중개사 2명도 A씨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임차인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피해 세입자 대부분은 저소득층과 사회초년생, 외국인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사기는 서민층과 사회 초년생들이 삶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앞으로도 전세사기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