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으로 위장한 보안부대 안에서 벌어진 가혹행위···진실화해위 조사개시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민간기업으로 위장한 제주 보안부대의 민간인 가혹행위 사건 등 국가폭력 사건 12건에 대한 조사개시를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전두환 정권 시절 제주 508 보안부대는 ‘한라기업사’라는 위장 회사를 만들고, 사옥 안에서 간첩 혐의자들을 고문했다. 피해자 양모씨와 김모씨는 1984년 간첩 혐의를 받던 서모씨를 도왔다는 이유로 한라기업사 지하실에서 508부대 수사관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양씨는 수사관으로부터 거짓 자백도 강요받았다고 진술했다.
508 보안부대는 보안사령부의 제주지부였다. 보안사는 1991년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2018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거쳐 2022년 국군방첩사령부로 개칭됐다.
고 강모씨의 10촌 동생도 강씨가 1986년 제주 보안부대에 간첩 혐의로 검거돼 일주일간 성기에 전기고문을 받고 물고문도 받았다며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군방첩사령부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강씨가 그해 1월24일 임의 동행한 후 일주일 뒤 훈방 조치된 기록을 확인했다. 강씨는 2017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다른 증인들도 “보안사가 자백을 강요했고, 수사관으로부터 구타 당하고 다리를 찍히는 고문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긴급조치 위반 불법 구금 사건’도 조사하기로 했다. 피해자 방모씨는 1973년 철원군에서 공동경작 공동분배 농장인 ‘노느메기밭’을 운영하면서 고 백기완 사회운동가, 고 선우휘 작가, 고 함석헌 사회운동가 등과 교류했다는 이유로 연행됐다. 방씨는 1973년 12월부터 약 두달간 대통령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대구대공분실에 갇혀 강압조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어 서울구치소로 옮겨져 한달 이상 복역하다 출소했다.
진실화해위는 “신청인이 연행과 구금 상황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함께 수감돼 있었다는 참고인들 진술, 입감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방씨는 서울구치소에서 최소 43일 이상 불법 구금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1970~1980년대 학생운동 시위 전력자 인권침해 사건, <노동조합과 전위당의 임무> 서적 판매자 불법체포 사건, 전남 화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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