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우리는 기후문제에 진심인가

2023. 7. 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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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거리예술가 이삭 코달이 2011년 4월 독일 베를린에 설치한 작품. [이삭 코달 제공]

10여년 전 어느 국제협력 관련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다. 기후변화 대응정책은 크게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으로 구분한다고 배웠는데 교육내용을 궁금해하는 영국인 친구에게 말해줬더니 “Too late. Climb up the mountain!(이미 너무 늦었어. 산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실천 없이 말뿐이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풍자 섞인 농담을 듣자 스페인 예술가 이삭 코달이 떠올랐다. 코달은 2011년 독일 베를린 거리에 ‘Follow the leaders’라는 작품을 설치했는데 일부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돼 화제가 됐다. 한 무리의 장·노년 남성이 머리까지 물이 차오르는 와중에 심각한 얼굴들을 맞대고 있는 모습인데 사람들이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지구온난화에 대해 논의하는 정치인들’이라는 제목을 붙여 회자했다. 그리고 어느덧 2023년 여름, 우리는 별반 다름 없는 태도로 폭염과 자연재해에 시달린다.

국제사회는 1992년 기후변화 협약 이후 선진국에 의무를 부여한 1997년 교토의정서에 이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파리협정을 2015년 채택했다. 협정이 지구 평균 기온 억제 목표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한 것은 2도에 비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임에도 지구는 이미 이상 기후 현상으로 몸살이다. 최근 30년 평균 기온이 1.4도 상승한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실감 중이다. 이번달엔 우리뿐 아니라 일본, 인도, 미국 북동부에서도 집중호우로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시기 대비 1.47도가량 높아진 17도로, 12만 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는데 일각에선 일부 지역이 이미 거주 불가한 곳으로 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19일 미국 피닉스 최고 기온은 48도로, 20일 연속 43도를 넘겨 관측 이래 최장 기록을 세웠다. 남유럽 등에서도 폭염 피해가 급증하고, 다른 쪽에선 대형 산불과 집중호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파키스탄은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7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린 이탈리아 북부에도 지난 5월 연간 강수량 3분의 1에 달하는 폭우가 내렸다. 전문가에 따르면 여러 곳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기상 이변의 상호작용은 개별 재해들보다 큰 피해를 초래한다. 남한 면적보다 큰 산림을 불태우고도 지속 중인 캐나다 산불이 한 예다.

자연재해는 생존 및 안보와 직결돼 이미 심각하나 경제적 분석도 심각성을 입증한다. 옥스퍼드대학에 기반을 둔 온라인 간행물 ‘데이터 속 세계(OWID)’에 따르면 2016~2020년 기상 재해로 인한 전 세계 피해액은 연평균 1600억달러 이상으로, 30년 이전의 8배가 넘는다. 주요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장기 과제뿐 아니라 당면한 재난들에 대해 인프라 투자 등으로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이는데 유럽은 건물·교통·건강·농업·생산성 등 전 분야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검토·수행 중이다. 미국도 관련 예산 투입 속도를 높일 예정인데 2021년 의회를 통과한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IIJA)’에 포함된 예산이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청정에너지, 전력인프라, 청정 교통수단, 기후회복력을 강화한 도로와 교량, 국가 충전 네트워크 등에 투자한다. 기후변화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신속히 병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과학적 분석과 치열한 논의의 산물이다. 2100년까지 기온 상승을 1.5도 내로 제한하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경로를 제시했기에 우리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했다. 2도 이내라도 2030년까지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약 25% 줄여 2070년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기후 문제에 대한 진정성 없이는 불가능하고, 빨리 달성해야 삶이 덜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도 집중호우를 포함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다양한 체계를 당정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전례 없는 이상 기후에 대한 획기적 대응 체계를 주문한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다. 재난 대응뿐 아니라 위기 완화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기술을 적극 활용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다양한 감축 수단을 거론 중이고 ‘영혼까지 끌어 모아야’ 탄소중립이 가능하지만 태양광 기술처럼 현존하는 효율적 수단은 빠르고 바르게 적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코달은 작은 행동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여기게 만드는 집단적 타성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큰 변화에 기여할 수 있고, 많은 작은 변화가 관성 전반을 움직여 사회에 긍정적 태도를 불러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우리도 타성의 변화를 위해 진심을 다해 행동할 때 기후위기 극복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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