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악성 민원에 1년에 5번 담임 교체" 교권침해 폭로

현직교사 라디오 인터뷰서 제보
언제든 고소당하겠다 불안감
아동학대처벌법 등 개정 필요

▲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추모객들이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교권침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학부모 항의로 1년 동안 담임 교사가 5차례 이상 바뀌었다는 한 교사의 제보가 나왔다.

경기 오산 금암초 이상우 교사는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아무 잘못을 안 해도 심각한 교권침해를 당하고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 수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교실이 불안과 공포로 가득할 정도”라며 이같이 밝혔다.

16년 차인 이 교사는 “최근에는 문제 삼는 부모들이 민원이야 또는 억울한 거나 불편한 게 있으면 학교에다 요구할 수 있다”며 “그런데 문제는 교사의 정당한 지도 행위, 수업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무리하게 아동학대로 신고한다든지 끊임없이 국민신문고나 교육지원청 또는 학교 교장실까지 찾아오면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정말 늘어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교사는 이와 같은 악성 민원으로 “1년에 담임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 그 뒤에도 더 바뀌었는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1학년 학생이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고 소리쳐 제지를 했는데도 잘 안 돼 부모님께 말씀드리자 부모가 ‘우리 애가 어려서 그렇다. 함부로 낙인찍지 말아라’며 상담 권유에 따르지 않았다”며 “결국 담임 선생님이 힘들어 병휴직에 들어갔고 이후 기간제 선생님들도 감당이 안 돼 그만둬 여섯번째는 다른 교과 전담을 맡은 선생님이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담임이 자주 교체되는 학교들이 존재한다”며 “‘내년에 이 학생이랑 같은 학급 하지 않겠다’는 민원이 들어오고 (문제 학생이 있는) 그 학급은 기피 학급이 돼 선생님이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초등학교도 그렇지만 중학교에서도 선생님을 조롱한다든지 수업 방해 행동을 심하게 한다”며 “누워서 핸드폰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며 학생 지도 어려움의 상황을 호소했다.

이를 두고 이 교사는 “아동복지법이나 학교폭력예방법이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는데 문제는 이것이 교사의 교육과정을 위축시키고 다른 학생들이 오히려 고통에 빠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예방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최근 문제 행동이 심한 학생들에 대해 나이가 든 선생님은 ‘명퇴 도우미’라고 부른다”며 “요즘 정년퇴직을 기대하는 선생님은 별로 없다. 언젠가 나도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면 언제든지 교직 그만둘 수 있구나라는 위기 속에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