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 모아 마련한 500여만원 내놓은 기초생활보장 수급 어르신…“수재민 위해 써달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85세 어르신이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수재민들에게 써달라며 500여만원을 내놨다. 이 성금은 그간 공병 수집 등을 통해 어르신이 모아온 돈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구는 김모 할아버지(85)가 최근 구청을 방문해 5만원권 지폐 100장이 든 봉투를 전달했다고 24일 밝혔다. 그가 건넨 500만원은 한 은행 봉투에 담겨 있었으며, 은행에서 바로 뽑아온 듯 한 묶음으로 묶여 있었다. 봉투 뒤에는 자필로 ‘강서구청장님 이번 수재민 위해 써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당시는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경북 예천 산사태 등 집중호우로 인해 사망자 46명, 실종자 4명이 발생했던 때였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도 2530명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호우피해를 입은 분들을 TV로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이번 호우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해 귀한 곳에 사용해 달라”고 말한 뒤 봉투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강서구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김 할아버지는 수년간 생계급여를 아끼고 공병을 수집하며 성금 500만원을 마련했다. 또 집안에 모아둔 공병도 곧 동 주민센터 직원의 도움을 받아 처리할 예정이며 이 수익금도 호우피해를 입은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선행 소식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김 할아버지는 본인의 이름과 신원 등이 공개되는 것을 극구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서구는 김 할아버지가 기부한 성금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호우 피해 복구 지원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어르신의 소중한 마음을 생각하니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며 “수해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분들이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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