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도, 액션도 펄떡이는 '류승완표' 범죄활극, '밀수'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2023. 7. 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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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사진제공=NEW

류승완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 영화 '밀수'는 쾌속 질주하는 오락 영화다.

여성 버디 영화, 캐릭터 영화, 케이퍼 영화, 해양 액션 영화, 코미디 영화로 구분해도 각 장르의 매력을 골고루 살린다. 복합장르라면 취약한 부분을 드러내기 마련인데, '밀수'는 까다로운 관객의 입맛과 눈높이를 통과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실화 바탕 액션 블록버스터 '모가디슈'로 그해 한국 영화 최다 관객(361만 명)을 불러 모으며 영화상까지 휩쓴 류승완 감독이 신작 '밀수'로 2년 전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출항을 앞둔 분위기는 밝다. 

여성 버디 영화로 보자면 류승완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피도 눈물도 없이'(2002)가 먼저다. 전도연, 이혜영 주연의 액션 누아르 영화로 마초들의 세계에서 거칠게 살아가는 두 여성의 사투를 과감한 연출로 그렸다. 지금 봐도 장르 영화 대한 류승완 감독의 펄펄 끓는 열정과 액션에 대한 남다른 기세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가 20년 만에 선보이는 여성 버디 무비는 전작보다 성공적으로 상업 영화에 안착한다. 여성들의 연대와 우정을 그리는 방식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사진제공=NEW

'밀수'에서 류승완 감독이 취한 전략은 캐릭터 강화다. 두 여성 주인공뿐 아니라 주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다뤄 캐릭터 영화의 재미를 키웠다. 캐릭터 간의 팽팽한 균형이 극적 긴장감으로 이어지고, 밀수 범죄에 가담한 인물들의 치열한 신경전은 후반부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육탄전으로 번지며 케이퍼 영화의 장르적 쾌감을 배가한다. 정교하게 잘 만든 캐릭터를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해 물샐틈없다. 

캐릭터 합이 딱 맞춰지니 주연배우 김혜수와 염정아도 부담 없이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어촌마을에서 해녀 일을 하며 동고동락하던 주인공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은 생계 때문에 밀수품 배달을 하다가 일어난 사고로 사이가 틀어진다. 마을을 떠났던 춘자가 돌아오면서 두 사람의 관계도, 마을의 밀수 사업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김혜수가 나서서 극을 이끌고, 염정아가 극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 처음 출연한 김혜수와 염정아는 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관록과 노련함으로 근사한 '짝패'를 이룬다. 자맥질이든, 액션이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두 배우의 연기가 마음을 파고든다. 

'모가디슈'(2021)에 이어 류승완 감독과 연달아 두 번째 작품을 함께한 조인성은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 역을 맡았다. 자신의 사업을 방해하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처단하는 악한이면서 춘자와 서로를 이용하며 미묘한 관계를 이룬다. 대사를 통해 언급되는 권 상사의 과거가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하고 조인성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악당의 전형을 벗어난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든다. 조인성이 장악하는 호텔 액션 시퀀스는 수중 액션 못잖은 이 영화의 별미다. 액션 베테랑 류승완 감독에게 기대하는 짜릿한 맛이다. 장면마다 조인성의 외모를 두드러지게 하는 류승완 감독의 배우 활용법도 주효하다. '미남 스타'의 면모에 새삼 놀랄 정도다. 

사진=NEW

박정민과 고민시는 변화무쌍한 연기로 웃음과 즐거움을 안긴다. 박정민은 연기력의 정점을 인정받은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이후로 거침없이 실력파 배우의 행보를 펼치고 있다. '밀수'에선 순진한 청년에서 야심가로 변모하는 '장도리' 역으로 폭발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박정민이라는 배우의 에너지가 어느 정도인지, 연기 화력이 얼마만큼 센지 확인할 수 있다. 고민시는 등장하는 장면마다 극장 안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정보원 역할을 하는 다방 마담 '고옥분'으로 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배우 고민시의 재발견이다. 

해양 액션 활극을 표방하는 영화인 만큼 수중 장면은 자신감 넘친다. 1970년대 서해 바닷속이 밀수 현장이 된다는 설정을 흥미롭게 살렸다. 영화는 삶의 터전인 바다에서 물질을 하다가 밀수 범죄에 가담하고 악당들에 맞서는 해녀들의 생존 싸움을 수중 중심으로 진행한다. 바다에서 시작해 바다에서 끝을 본다. 수중 세트에서 촬영한 장면들은 배우들과 제작진의 노고 덕분에 시원한 쾌감을 주는 명장면으로 탄생했다. 하이라이트인 수중 액션 장면은 작정하고 오락영화다운 액션과 볼거리를 보여준다.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봐야 제격이다. 

사진제공=NEW

장기하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OST는 1970년대 대중가요로 채워져 중장년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한대수의 '하루아침', 김트리오의 '연안부두',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이은하의 '밤차', 김추자의 '무인도' 등 추억의 노래들이 그 시절의 감성을 소환하면서 젊은 세대의 호기심까지 공략한다. 시작부터 귀를 사로잡는 최헌의 '앵두'는 염정아가 노래 부르는 장면을 포함해 극에 여러 번 쓰이며 '밀수'의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한다. 

'밀수'는 2023년 여름 극장가를 찾는 한국 영화 첫 주자다. '믿어도 되는' 베테랑 감독과 배우들의 조합에 한국 관객이 선호하는 범죄 액션 장르라는 특징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1970년대 스타일을 살린 복고 영화라는 점에서 '레트로 열풍'을 타고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밀수'가 올여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한국 영화 흥행에 견인차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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