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층 살면 계단 써라” 강남 아파트 주민의 ‘황당’ 민원

지난 20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내에 붙은 공지문./호갱노노

“낮은 층 살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써라” 최근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아파트 고층 거주자가 이 같은 취지의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었다.

24일 부동산 실거래 앱 ‘호갱노노’에 따르면, 전날 강남 역삼동 A아파트 ‘이야기’ 커뮤니티에는 공지문 사진 한 장이 게시됐다. 이는 지난 20일 해당 아파트 내에 붙은 공지문으로 보인다.

공지에 따르면, 이 아파트 고층부 입주자는 최근 생활지원센터에 “저층부 거주자는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고 계단을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생활지원센터 측은 “우리 단지에 설치된 승강기는 모든 층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유지보수비용도 모든층 입주자가 균분하여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점 양지해 이웃을 불쾌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사진을 올린 작성자는 “....”이라는 말줄임표만 남겼을 뿐 별다른 설명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천민자본주의” “공용전기료나 관리비가 아까우면 고층부 입주자가 걸어다니면 된다. 그게 더 도움 됨” 등 민원인을 겨냥한 비판성 댓글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A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조선닷컴에 “노코멘트 하겠다”고만 답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장기수선충당금은 세대당 주택공급면적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거주하는 층수와는 관계없기 때문에, 장기수선충당금을 저층부 입주자라고 해서 적게 내거나 고층부 입주자가 많이 내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승강기 안 쓰는데” 1층 주민 반발 사례도…재판부 판결은 엇갈려

아파트 승강기 사용 및 관리비 부담을 둘러싼 논쟁은 종종 일고 있다. “고층부 주민들보다 승강기 비용을 덜 내야 한다”는 저층부 주민들의 의견과 “승강기 이용시 효율성이 떨어져 불편하다”는 고층부 입주민들의 주장이 맞서는 것이다.

앞서 2018년에는 경기 양평군 소재 아파트 1층 주민이 엘리베이터 교체 비용 38만원을 지불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당시 입주자대표회는 이 주민을 상대로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 손을 들어줬다,

2020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노후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를 위해 관리비가 인상되자 1층 주민이 소송을 낸 것인데, 이 때에는 재판부가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승강기가 공용 부분인 점을 고려해도,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으니 장기수선충당금을 균등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며 “이런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부담 비율을 결정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