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사망으로 받은 즉시연금 보험금···대법 “상속재산 아닌 고유재산”

김희진 기자 2023. 7. 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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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청사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부모가 숨진 뒤 자녀가 받은 상속형 즉시연금 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닌 고유재산으로 봐야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B씨가 사망한 A씨 자녀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1998년 B씨에게 3000만원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B씨는 2008년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했다. 그러나 A씨는 끝내 돈을 갚지 않다가 2015년 숨졌다. A씨는 상속형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상속형 즉시연금보험은 가입자가 한꺼번에 목돈을 보험료로 납부한 뒤, 매달 이자로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계약 기간에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상속인이 사망보험금을 받는다.

A씨가 숨지자 자녀들은 약 3800만원의 보험금을 ‘한정 승인’으로 수령했다. A씨가 남긴 상속재산 한도 내에서 빚을 갚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B씨는 A씨 자녀들을 상대로 사망보험금으로 A씨가 남긴 빚을 갚으라며 소송을 냈다.

사망보험금이 상속재산인지, A씨 자녀들의 고유재산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A씨 자녀들은 사망보험금은 아버지가 남긴 상속재산이 아니며, 한정승인을 했기 때문에 상속재산 범위를 초과한 변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보험금이 상속재산임에도 A씨 자녀들이 재산목록에서 빠뜨렸을 뿐 채무를 모두 상속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맞섰다.

1·2심은 B씨 손을 들어줬다. 상속형 즉시연금 보험금을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생전에 보유하고 있던 재산과 보험금의 동일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 자녀들이 받은 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닌 고유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가 계약한 상속형 즉시연금보험 계약은 피보험자의 사망과 생존 등을 보험사고로 하고 있어 생명보험에 해당한다”며 “보험료를 일시에 납입해야 한다거나 사망보험금이 일시 납입한 보험료와 유사한 금액으로 산출되도록 설계됐더라도 생명보험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명보험 계약자가 보험수익자로 상속인을 지정한 뒤 사망하면 보험청구권은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제시했다. 상속인들은 보험수익자 지위에서 보험자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이는 보험계약 효력으로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래 법리를 바탕으로 상속형 즉시연금보험 계약도 상법상 생명보험 계약에 해당하고, 상속인들이 취득하는 사망보험금 청구권은 보험금이 일시 납입 보험료와 유사하게 산출되더라도 원칙적으로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이라는 점을 최초로 명시한 판결”이라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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