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경남교육감, 학생인권조례 재개정 요구에 "동의 안한다"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인권은 대체재 아닌 보완재"

경남교육청 앞에 차려진 서울 서이초 2년차 초등교사 추모 분향소 찾은 박종훈 경남교육감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뉴시스] 김기진 기자 =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박 교육감은 24일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이초 교사 추모 분향소에 분향 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의하지 않는다. 일부 정치인이 진보교육감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라고 했지만 이 문제를 이념으로 재단하는 자체가 후진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자존감을 세워서 교육권을 당당하게 확보하는 것과 학생들의 인권을 대체재로 바라보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대체재라면 앞으로 누구도 학생인권과 교사의 교육권을 말할 수가 없게 된다. 자신이 주장하는 그것은 상대의 권리를 훼손시키거나 위축시킬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교사가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드리는 교육권과 아이들의 인권은 보완되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동안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 앞에 차려진 서울 서이초 2년차 초등교사 추모 분향소를 찾아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적은 방명록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정서행동장애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지난 19일 가해 학생에게 '전학' 처분을 내리고 서울시교육청에 경찰 고발을 요청했다.

지난 18일에는 지난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발령받은 2년차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학교에서 발견됐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배경에 '학교폭력 사안 관련 학부모의 악성 민원제기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침해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고 등교수업이 활발해지며 힘을 얻어왔지만, 최근 수면위로 떠오를 사건들로 교육부 장관까지 나서 지적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경남교육청 앞에 차려진 서울 서이초 2년차 초등교사 추모 분향소에 경남교사들이 적은 추모의 글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이 부총리는 학생인권조례 속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개인의 사생활 자유'로 인해 "교사의 수업이 어려워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매년 실시하는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이유'에 대해 '학생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꼽은 비율은 2021년 36.2%(644명)에서 2022년 42.8%(937명)로 급증했다.

이처럼 학생인권과 교권이 반비례한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한편, 학생인권 수준을 높게 유지하면서 교권도 보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는 "학생인권조례로 교권이 추락했다는 잘못된 비판이 있는데, 학생인권은 학생인권대로 가고 추락했다고 비판받는 교권은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