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석 쓸 타이밍이…" 자리 안 내주는 9년차 무명 유격수 반란, 한화가 이렇게 바뀌었다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때 한화의 ‘대체 불가’ 유격수로 불렸던 하주석(29)이 복귀 후 좀처럼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9년차 무명 유격수 이도윤(27)이 쉽게 자리를 비워주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경쟁 체제가 구축됐다.
음주운전에 적발돼 KBO로부터 70경기 출장정지 제재를 받은 하주석은 징계에서 해제된 뒤 지난 11일 잠실 LG전에 1군 콜업됐다. 그 사이 우천 취소 3경기와 올스타 휴식기가 겹치면서 한화가 3경기밖에 치르지 못했고, 하주석은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 21일 대전 NC전 교체로 첫선을 보인 것이 전부다. 7회 유격수 대수비로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진 7회 공격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한 게 유일한 타석.
조금씩 공수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려 출장 비율을 높여야 하는데 이도윤이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12일 LG전, 22일 NC전은 이도윤이 9회까지 풀로 다 뛰었다. 하주석이 1군 복귀한 뒤 3경기에서 7타수 3안타 2득점 1볼넷 1도루로 활약했다. 22일 NC전에는 3타수 2안타 2득점 1볼넷 3출루 경기로 존재감을 뽐냈다.
하주석이 복귀한 뒤 어느 정도 적응 시간이 지나면 이도윤과 자연스럽게 자리를 맞바꿀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도윤의 활약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주전으로 잘하고 있는 선수를 억지로 뺄 순 없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순리대로 팀을 운영하며 내부 경쟁을 이끌어내고 있다.
1군 콜업 후 당분간 대수비, 대타로 하주석 활용 계획을 밝혔던 최원호 한화 감독도 “쓸 타이밍이 나지 않는다”며 웃은 뒤 “그동안 이렇게 많이 뛰어본 적이 없는데 경기를 거듭할수록 이도윤의 기량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심리적인 부분도 없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주석의 복귀로 주전 자리를 내줄 수 있게 된 이도윤의 경쟁 의식도 무시할 수 없다.
천안 북일고 출신으로 지난 2015년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이도윤은 커리어 대부분을 2군에서 보낸 ‘무명’이었다. 2018년 1군 2경기 1타석만 뛰고 현역으로 군입대한 뒤 2020년 10월 최원호 감독대행 시절 1군에서 전역 신고를 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2021~2022년에는 주로 1군에서 뛰었지만 전천후 백업 내야수로 주전과 거리가 멀었다. 올해도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으나 주전 유격수로 뛰던 오선진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수비가 어려워진 5월 중순 1군의 부름을 받아 기회를 잡았다. 오선진이 사구로 턱 부상을 당하며 재활군에 내려간 6월부터 붙박이 선발 유격수로 자리잡았다.
올 시즌 성적은 42경기 타율 2할5푼2리(119타수 30안타) 3타점 14득점 8볼넷 출루율 3할1푼. 아주 뛰어난 기록은 아니지만 8~9번 하위타순에서 꽤 쏠쏠하다. 도루 5개로 주력이 준수하고, 팀 내 최다 희생번트 8개로 작전 수행 능력도 갖췄다. 무엇보다 유격수 수비가 안정적이다. 경기를 치를수록 자신감이 붙어 움직임이 경쾌해졌고, 과감한 대시와 러닝 스로로 수비 범위도 넓어졌다. 한화의 8연승 기간에도 이도윤이 주전 유격수로 수비에서 큰 공을 세웠다.
두 달째 풀타임 유격수로 뛰면서 힘이 떨어질 시기도 됐지만 그런 기미가 안 보인다. 오히려 동기 부여가 더 커졌다. 지난 3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 태어나 ‘아빠’가 된 것이다. 한때 “내가 1군에 있어도 될 실력인가 의문이었다”고 고백한 이도윤은 “이제는 포기를 하고 싶어도 포기가 안 된다. 먹여 살릴 처자식이 있으니 진짜 잘해야 한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주전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눈에 불을 킨 이도윤이 있어 하주석도 더더욱 독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다. 예전처럼 맡아놓은 자리가 아니다. 경쟁을 해서 뺏어내지 못하면 그대로 백업이다. 한화가 그토록 바라던 내부 경쟁 체제가 팀에 건전한 긴장감을 흐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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