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푸틴 물러나라” 비판한 러 블로거 최후...보안국 들이닥쳐 끌고 갔다
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장교 출신으로 최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러시아 유력 군사 전문 블로거 이고르 기르킨이 정부 당국에 ‘극단주의 ‘혐의로 체포됐다. 그가 푸틴 대통령을 향해 ‘쓸모없는 겁쟁이’라며 권좌에서 물러나라고 공개 비판한 지 3일 만이다.
22일(현지 시각) RBC, AFP,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이고르 기르킨의 아내 미로슬라바 레긴스카야는 21일 텔레그램에서 “기르킨이 푸틴 대통령을 비판한 후 당국에 체포됐다”면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조사 요원들이 이날 11시 30분 아파트에 들이닥쳐 남편을 알 수 없는 곳으로 연행해 데려갔다”고 밝혔다.
기르킨에게 적용된 혐의는 러시아 연방 형법 282조(극단주의)로, FSB 검사가 기르킨 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최대 징역 5년 형을 받을 수 있다. 모스크바 지방 법원은 기르킨에게 2개월의 재판 전 구금을 명령했다.
앞서 기르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으나,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군 수뇌부를 향해 쓴소리를 해왔다. 특히 그는 얼마 전부터 ‘화난 애국자 클럽’이라는 정치 단체를 설립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패로 극단적 붕괴 위험에 처했다고 거듭 경고해왔다.
기르킨은 지난 1월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이 트위터에 공개한 한 영상에서 “내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는 겨울에 단 사흘 만에 끝나겠지만 우리나라를 끝장낼 수 있는 내전이 있다”며 “러시아가 수백만 명의 사상자와 함께 내전으로 붕괴할 수 있다”고 했다.
기르킨이 지난 18일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는 보다 노골적인 비판이 담겼다. 기르킨은 이 글에서 푸틴 대통령이 임기를 연장한다면 러시아 국민들은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로 “진정으로 능력이 있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에게 권력을 넘기라”고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기르킨은 푸틴 대통령을 ‘쓸모없는 겁쟁이’라고 칭했다. 기르킨 체포는 이 텔레그램 글이 올라온 후 3일 만에 이뤄졌다.
기르킨은 옛 소련 첩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으로, FSB 재직 시절인 2014년 크림반도 합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자칭 도네츠크공화국에서 군 사령관을 지낸 인물이다. 현재는 러시아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는 군사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 민족주의 운동가인 게오르기 표도로프는 WSJ에 “(기르킨의 체포는) 아주 나쁜 소식이며 최고 권력에 위험하다고 간주되는 공동체 전체에 대한 억압이 시작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WSJ는 지난 13일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 고위 장교 최소 13명이 구금돼 신문을 받았고 15명이 직무가 정지되거나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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