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는 못 참지, 편견에 맞서 업어치기 한판승!
7월 19일 영화 ‘바비’가 개봉했다. 1959년 만들어져 환갑을 넘긴 바비가 실사 영화로 소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극장을 향하기 전 알아두면 좋을 새로운 바비의 모든 것.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바비는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희귀한 바비 인형을 모으는 수집광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수많은 사람이 바비 인형과 함께 유년기를 보낸 추억을 가지고 있다. 초기 바비 인형은 단조로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시리즈로 출시됐고 인종과 문화적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1980년대에는 흑인과 히스패닉 바비가 우주인, 의사, 외교관부터 야구 선수, 테니스 선수, 소방관까지 다양한 직업군에 등장했다. 1960년대 이후 여성들의 유년 시절 꿈과 희망이었던 바비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심지어 바비의 외형이 곧 '인형 같다’는 직유법의 기준으로 통했다.
하지만 인형 바비가 지난 60년간 직면한 비판도 바로 이 '인형 같음’에서 비롯됐다. 금발에 잘록한 허리가 강조되는 마른 몸매, 큰 눈과 화려한 화장은 바비 인형을 떠올릴 때 바로 연상되는 이미지다. 이런 비현실적인 바비의 외형은 여성의 외모에 대한 그릇된 신체 이미지를 주입한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어린 시절 바비를 추종하던 아이들이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좇으면서 무리한 다이어트와 낮은 자존감, 거식증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바비는 누군가에게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성취를 노래하는 희망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을 제시하는 족쇄로 인식됐다.
인간 바비가 만든 영화 '바비’
영화 '바비’는 제작 단계부터 국내 팬들에게도 큰 기대를 모았다. 이런 기대에 부합하듯 7월 2일과 3일 양일에 걸쳐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 마고 로비, 인간 글로리아 역을 연기한 아메리카 페레라, 감독 그레타 거윅이 '바비’ 홍보차 내한 행사를 진행했다. 세 사람 모두 이번이 첫 내한이었다. 7월 2일에는 팬들과 함께 인사를 나누는 '핑크 카펫’ 행사를 가졌고, 7월 3일 1시간가량의 기자간담회 일정을 소화했다. 마고 로비는 "열광적인 환대 덕분에 기대한 것 이상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내한 소감을 밝혔다. 7월 2일 생일을 맞아 한국 팬들로부터 생일 축하 노래를 듣고는 "눈물이 날 뻔했다. 이렇게 생일을 기념한 적이 없었다"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7월 19일 개봉한 영화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된 후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라이언 고슬링)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전형적인 성장드라마의 문법에서 벗어난 '레이디 버드’를 만들고, 영원한 고전 '작은 아씨들’을 흥미롭게 변주하는 등 기존 할리우드 영화의 문법과 장르를 비틀어 훌륭한 여성 영화를 만든 그레타 거윅의 손을 거쳤다. 예상을 깨고 블랙코미디의 색채도 강하게 느껴진다.
"모순 겪으며 현실 깨닫는 바비"
감독 그레타 거윅뿐만 아니라 마고 로비 또한 '바비’ 제작 전부터 할리우드에서 여성에 대한 목소리를 강하게 냈던 배우다. 마고 로비는 '아이, 토냐’ '버즈 오브 프레이’ 등 여성이 부각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제작했다. 폭스 뉴스의 최고경영자(CEO) 로저 에일스의 성 추문 스캔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에서는 침묵하지 않는 여성들의 연대를 보여줬다. 로비는 자신이 연기한 바비를 두고 "나의 배역은 전형적인 바비였다"며 "1970년대에 만들어진 흑백 스트라이프 수영복을 입고 정형화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존재로, 진짜 여성이기보다는 이미지로서의 여성인 캐릭터"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떻게 모순을 겪으면서 현실을 알게 되는지에 집중해달라"고 덧붙였다.
바비의 주인인 인간 글로리아 역을 맡은 아메리카 페레라는 강한 페미니즘적인 메시지를 영화 내에서 전달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어글리 베티’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그 또한 '바비’를 통해 여성에게 전하고 싶은 주제를 강조했다. 페레라는 기자간담회에서 "‘바비’를 통해 다양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우리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이야말로 가장 완벽하게 태어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연 배우들과 감독이 바비 캐릭터를 새롭게 재해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가운데, 장난감 세상을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한 세트장 디자인 역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영화 세트 제작에 핑크색 페인트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바람에 페인트 브랜드 로스코의 형광 핑크 물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로 그레타 거윅은 "세트장 준비에 1년이 걸렸는데, 장난감 느낌을 주기 위해 비율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가령 바비의 1959년형 포드 자동차나 인형의 집은 바비의 비율보다 작게 설계해 장난감 세상인 것처럼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호화로운 세트장과 인형처럼 보이는 인물들. 그레타 거윅과 마고 로비가 그린 '바비’의 세계는 어떤 작품들보다 과장되고 화려해 보인다. 아이스 스파이스, 두아 리파, 찰리 XCX 등의 초호화 사운드트랙은 커다란 디스코텍 같은 느낌을 부각한다. 다만 "내 머리를 빗겨줄 수도 있고, 어디서든 옷을 벗길 수도 있어(You can brush my hair, undress me everywhere)" 등의 가사가 담긴 아쿠아의 '바비 걸’은 사운드트랙에 포함되지 않았다. 바비를 상징하는 노래지만 새로운 바비 월드에 입성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거윅과 로비는 기존 바비를 둘러싼 옹호와 비판 그리고 선입견을 한데 모은 뒤 통렬한 업어치기 한판을 벌인다.
느리지만 꾸준히 새로운 바비를 만들고 있는 마텔사의 행보가 겹친다. 마텔은 올해 4월 다운증후군 환자를 위해 다운증후군 바비를 출시했다. 보청기나 의족, 휠체어를 사용하는 바비도 당당히 바비랜드에 입성했다. 마텔의 바비도, 영화 '바비’도 새로운 세상을 위해 평평한 발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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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뉴시스
사진출처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최현수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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