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로 올려야 경기침체 피한다”...美 인플레 목표 두고 갑론을박
“인플레 더 끌어내리려면 서비스업 타격”
“조기 긴축 종료는 더 큰 인플레 불러” 경고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번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인플레이션 목표인 2%를 고수해야 하는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거센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는 연준이 예상보다 높게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용인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며 금융 및 경제 전문가들이 정책 목표치 2% 실현 가능성을 두고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은 이번 연준 금리 결정을 앞두고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99.8%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 금리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인 5.25~5.5%가 된다.
연준은 지난 점도표에서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 했지만 시장은 이번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페드워치 집계를 보면 시장은 연준이 9월, 11월, 12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각각 15.9%, 27.8%, 24.7%로 점쳤다. 이번 금리 인상이 올해 마지막 인상이 될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는 셈이다.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는 지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0%로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전년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를 둘러싼 제한 요소를 감안하면 인플레이션 3%가 경기침체를 피하면서도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현실적 목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JP모건체이스앤코의 브루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요를 충분하게 압박해 인플레이션을 추가로 하락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3% 이하로 끌어내리려면 경기침체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강력한 노동 시장 등을 강조하며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 2%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전 연준 관료 출신인 빈센트 라인하트 드레퓌스앤멜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의 마지막 마일을 내려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연준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 물가 안정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2%를 달성하려면 사업 운영 비용에서 임금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을 둔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연준이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비스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지난 5월 3.8% 상승해 CPI를 상회하고 있다.
알리안츠SE의 경제 고문인 모하메드-엘 에리안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약 3%로 유지해야 하며 정책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경제를 압박하지 말아야 한다”고 보다 직접적으로 촉구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의 개편과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전환 비용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3%가 현실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 역시 “인플레이션을 9%에서 3%로 낮춘다면 2%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시장의 신뢰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준의 목표 수정 요구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연준이 조기에 긴축 정책을 중단한다면 그 후과가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지금 3%의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것은 나쁜 생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연준이 어느 선에 목표를 세우든지 그것은 경기 사이클의 최저점이 될 것이며 이후 회복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다 지속적인 긴축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티펠파이낸셜의 린지 피에그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시장을 방관할 만큼 충분히 목표를 달성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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