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 우파 승리했지만 과반 실패…연정 구성 어려울 듯
스페인에서 23일(현지시각)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중도우파 국민당(PP)이 136석을 확보해 제 1당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당초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의석을 획득하면서 단독 정부 구성은 물론, 예상됐던 극우 복스(Vox) 당과 연정을 통한 정부 구성도 어렵게 됐다.
스페인 내무부에 따르면 99.99%의 개표가 이뤄진 24일 오전 2시 30분 현재 국민당은 136석, 집권 좌파 사회노동당(PSOE)은 122석, 극우 복스는 33석, 좌파연합 수마르는 31석을 획득했다. 국민당이 사회노동당을 누르고 승리했지만 여론 조사에서 예측됐던 145~150석보다 10석 이상 줄어든 결과다. 사회노동당은 당초 예상(112~118석)을 뛰어넘는 선전을 펼쳤다.
국민당과 손잡고 우파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극우 복스는 33석에 그쳤다. 기존 의석(54석)보다 21석이 줄었다. 이로 인해 국민당과 복스가 손을 잡더라도 169석에 불과해 연정을 통한 집권이 불투명하게 됐다. 스페인 의회는 총 350석으로 과반인 176석을 확보해야 안정적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 좌파 역시 수마르가 31석에 그치면서 사회노동당과 수마르를 합쳐도 153석이다. 결국 좌·우 어느 쪽도 과반에 미치지 못해 정부 구성에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일간 엘파이스 등 스페인 매체들은 “어느 정당도 정부 구성을 위한 결정적 열쇠를 쥐지 못한 상태”라며 최대 수개월간 정부 구성을 위한 치열한 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경우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할 가능성도 있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는 이날 새벽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당의 대표로서, 선거 결과에 따라 나라를 통치할 수 있도록 대화를 주도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사회노동당 대표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사실상 국민당과 복스 연합의 패배”라며 “스페인이 계속 전진하길 바라는 국민들이 더 많았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언론은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국민당이 극우 복스와 손잡고 집권할 경우, 프랑코 독재 이후 48년만에 극우 성향 정당이 정권에 참여하게 된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좌파 유권자들의 반(反)극우 표가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총선이 이례적으로 여름 휴가철에 치러졌는데도 투표율이 70.33%에 달하면서 직전 총선(2019년 11월)보다 4% 포인트 높아진 것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스페인 내무부에 따르면, 우편으로 부재자 투표를 신청한 유권자가 247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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