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을까’…국민의견 받는다

인공지능을 표현한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견을 국민에게 묻는다. 특허청은 우리 국민이 낸 의견을 토대로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것인가 여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를 주도해 나갈 예정이다.

특허청은 AI가 발명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와 AI 발명이 인정될 경우 현행 특허법에 어떤 변화를 줘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전문가를 포함한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9월 30일까지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9월 30일까지 대국민 설문조사 실시

특허청은 인터넷 홈페이지(www.kipo.go.kr)에 ‘인공지능과 발명’이라는 코너를 개설하고 여기에 그동안 국내·외에서 논의돼온 ‘인공지능 발명자 이슈’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이 코너와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온국민소통’ 인터넷 홈페이지(www.sotong.go.kr)를 통해 대국민 설문조사도 실시한다.

특허청이 올린 <인공지능(AI) 발명에 관한 설문조사> 용 설문지를 보면, 우선 ‘현행 우리나라 특허법은 사람만이 발명자로 기재될 수 있다’는 사실과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사람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출원서에 사람만을 발명자로 기재할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 등을 소개한다.

이후 ‘현재의 AI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AI를 발명자로 기재하는 것을 허용해야 할까요’라는 등의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는 ‘예’ 또는 ‘아니오’ 중 하나를 골라 답변을 하면 된다.

또 ‘현재는 사람 또는 법인만이 특허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AI가 발명에 일부라도 기여한 경우 해당 특허권은 누구에게 부여되어야 할까요’라는 다소 복잡한 질문도 한다. 답변자는 ‘AI 개발자’, ‘AI 소유자’, ‘AI 사용자’, ‘데이터 제공자’, ‘기타’ 중 하나를 골라 답변을 하면 된다.

“우리 국민 의견 바탕으로 국제논의 주도해 나갈 예정”

특허청에 따르면 한국·미국·일본·중국·유럽 등 특허 선진 5개 나라(지역) 특허청장 회의 및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서도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김지수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입장을 정한 뒤 AI 발명자와 관련된 국제적 논의를 주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인 교수, AI를 발명자로 표시한 발명품에 대해 16개 나라에 특허 출원

한편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미국인인 스티븐 테일러 교수가 2018년부터 한국 등 전 세계 16개 나라에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AI를 발명자로 표시한 발명품에 대해 국제특허를 출원하면서 불거졌다. 테일러 교수는 자신의 AI 프로그램인 ‘다부스’가 일반적인 지식을 학습한 뒤 식품 용기 등 2개의 발명품을 스스로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주요 특허 선진국에서는 AI의 특허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잇따라 나왔다. 한국의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30일 현행법상 “사람만이 발명자로 인정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면서 앞서 특허청이 내린 무효 처분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유럽·호주 등에서도 대법원(또는 최종법원)에서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영국·독일의 경우는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