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앞두고 제3후보론 꿈틀…'韓사위' 호건 前주지사 거론[워싱턴브리핑]

김현 특파원 2023. 7. 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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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트럼프 '리턴매치' 가능성에 美유권자들 피로감
민주당 맨친-공화당 영킨·헌츠먼 등 중도파들 후보로 거론
노레이블스의 홈페이지 캡처.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 '리턴 매치'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 정치권에선 이들 두 사람이 아닌 새로운 인물을 요구하는 '제3 후보론'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제3 후보론'의 대상 중에는 '한국 사위'로 유명한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가 거론되고 있어 실제 출마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23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현재 공화당이 내년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 결과상 공화당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 1위를 달리며 본선행(行) 티켓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에선 재선 도전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내년 11월 치러지는 대선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맞대결을 펼쳤던 두 사람간 재대결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 News1 DB

그러나 미국 유권자들은 두 사람에 대한 피로감을 토로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실제 지난 4월 발표된 NBC뉴스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를 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각각 70%, 60%에 달했다.

NBC뉴스가 지난 6월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내년 대선에서 두 사람이 재대결한다면 제3후보 또는 무소속 후보를 지지할 의향이 있느냐'는 설문에 응답자의 44%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야후뉴스와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지난 13~17일 성인 16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20일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이 '다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각각 응답자의 절반 이상(바이든 55%, 트럼프 53%)이 '부적합하다'고 응답했다.

유권자들이 두 사람이 '부적합하다'고 보는 이유의 순위가 다소 달랐다. 응답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무능(20%) △고령(12%) △부패(10%) △잘못된 직무수행(9%) △위험(3%)의 순으로 꼽은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위험(21%) △부패(17%) △무능(6%) △첫 임기 때 잘못된 직무수행(5%) △고령(2%) 의 순이었다.

이처럼 두 사람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유권자층이 두텁게 존재함에 따라 미 정가에서도 대안 후보를 내세우려는 정치단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중도·온건성향 정치단체인 노레이블스(No Labels)는 지난 17일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간 재대결이 분명해 질 경우 제3 후보를 제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노레이블스는 극단적 당파주의를 거부하는 초당적 정치단체로 지난 2009년부터 활동해 오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중도파 및 무당파 인사들이 소속돼 있으며 호건 전 주지사도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노레이블스는 내년 3월5일 총 14개 지역에서 동시에 민주당과 공화당의 당내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 이후에 제3 후보를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공화당 소속의 팻 맥코리 전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슈퍼 화요일까지 바이든과 트럼프가 최종 후보가 되고 우리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는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레이블스가 제시할 제3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민주당내 중도파로 유명한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과 공화당 소속인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 호건 전 주지사 등이다.

맨친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다소 진보적인 주요 입법을 추진할 때마다 제동을 걸면서 '중도파'로서 주목을 끌었다. 맨친 의원은 최근 노레이블스 행사에 연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맨친 의원은 내년 대선에 대한 행보와 관련해 "테이블에서 제외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년에 결정할 것"이라며 제3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모두가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라고 말했다고 NBC는 전했다.

공화당 소속인 영킨 주지사는 지난 2021년 중간선거 당시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버지니아주에서 승리하면서 주목을 받은 인물로, 최근 공화당 경선에서 당초 '트럼프 대항마'로 꼽혔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자 대안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결별하고 디샌티스 주지사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보수 성향의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최근 사석에서 영킨 주지사가 경선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사위'로 불리는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가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를 접견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2022.9.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같은 공화당 소속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해 온 호건 주지사도 제3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호건 주지사 역시 민주당의 강세지역인 메릴랜드주에서 재선까지 성공해 8년간 주지사로 재임했다. 지난 1월 퇴임 당시 주내 여론조사에서 77%의 지지율을 기록할 정도로 주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접었던 호건 주지사는 노레이블스의 제3 후보로 내년 대선에 등판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호건 주지사는 이날 젠 사키 전 백악관 대변인이 진행하는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A후보나 B후보를 원하지 않는다면 C후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며 "저는 77%의 지지율로 주지사 8년을 마쳤다.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민주당과 무소속, 공화당 지지자들을 모두 합쳐 70%를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물론 저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모습일지 보려면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고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맨친 의원과 함께 노레이블스 행사에 참여했던 헌츠먼 전 주지사도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헌츠먼 전 주지사는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해 1차 경선에서 3위를 차지한 뒤 밋 롬니 상원의원을 지지선언하고 낙마한 바 있다.

미 공영라디오방송인 NPR은 헌츠먼 전 주지사를 제3후보로 꼽으면서 "버락 오바마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각각 주중대사와 주러대사를 지낸 헌츠먼 전 주지사는 2012년 재선에 도전한 오바마가 가장 두려워하는 공화당 후보로 불리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제3 후보가 실제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미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간 양강 구도를 흔들면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미 언론들은 보고 있다.

특히 제3 후보가 출마할 경우 '팬덤 지지층'을 갖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보단 바이든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에 민주당에선 노레이블스의 제3 후보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2000년 대선 때 2.74%를 얻은 랠프 네이더 녹색당 후보로 인해 앨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가 조지 W 부시 당시 공화당 후보에게 패배했다고 보는 민주당에겐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민주당은 이같은 노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우려하며 격노하고 있다"며 "일부 민주당원들은 심지어 그것이 공화당에서 선거(승리)를 안겨주기 위한 계획적인 음모로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톰 다우니 전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라면 바이든이 승리할 것이지만, 바이든이 이기지 못할 유일한 방법은 제3당 후보를 두는 것"이라며 "노레이블스는 진지한 노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몬머스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 몬머스대학 홈페이지 캡처.

다만, 노레이블스는 일부 여론조사를 근거로 이같은 전통적인 분석에 반론을 펴고 있다.

몬머스대학은 최근 △바이든-트럼프만 포함 △바이든-트럼프에 일반적인 '연합(fusion) 후보' 포함 △바이든-트럼프에 맨친-헌츠먼 등 특정 연합 후보를 포함 등 3가지 유형으로 설문을 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이 모두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몬머스대학 조사에 따르면 첫 번째 설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7%포인트 격차(47%-40%)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고, 2번째 유형과 3번째 유형에선 각각 9%포인트와 6%포인트차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몬머스대학 조사를 분석하면서 "새로운 여론조사는 노레이블스의 초당적 후보가 바이든으로부터 더 많은 표를 이탈시키면서 트럼프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통념에 다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많은 것들은 실제 후보들이 누구인지와 내년의 분위기에 달려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정가에선 노레이블스의 제3 후보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조너선 번스틴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23일 기고한 글에서 제3후보를 원하는 여론조사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 일부 여론조사가 시사하는 것보다 실제로 투표할 유권자는 더 적다"며 "유권자들의 당파적 양극화는 현실이다. 내년 대선 캠페인은 당파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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