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 30년·책방지기 7년 최인아 “꼰대로 보일까 걱정… 그래도 어쩌겠나, 최선이 최선인 걸”[Leadership]

박동미 기자 2023. 7. 2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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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adership
최인아 前 제일기획 부사장… “태도가 경쟁력”이라는 노력 전도사
삼성그룹 공채출신 첫 女임원
31년만의 신간서 ‘성실’ 강조
“재능보다 태도·의지가 더 중요
회사아닌 나 위해 일한다 생각
없는데 있어보이게하는건 포장
갖고있는것 보여주는게 브랜딩
사람의 성장, 가내수공업 같아
리더는 묻고 듣고 기다려 줘야”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만난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 책방 사다리에 올라 책을 고르고 있다. 백동현 기자

‘애쓰지 말라’고 권하는 시대. 이대로 충분하다, 싫은 건 하지 말라고 속삭이는 책이 넘친다. 고생 끝엔 ‘낙’이 아니라 ‘골병’이 기다린다는 코미디언의 농담이 명언이 되고, 회사를 다니지 않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최소한만 일하는 ‘조용한 퇴사’도 유행이라고 한다. 이러한 때에 “애쓰고 애쓴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진심과 열심, 성실, 인내 등을 강조하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책이 나왔다. 2000년 삼성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이 되며 수많은 ‘뒤에 오는 여성들’에게 리더로서 자리매김한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의 신간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해냄)이다.

최 전 부사장은 2012년 퇴사 후엔 책방지기로 변신해 또 한 번 화제가 됐는데, 30년 직장 생활에서 얻은 통찰과 최인아책방을 운영하며 깨닫고, 또 확인한 가치들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인생 선배이자 멘토, 그리고 ‘앞서간 직장인’으로서 말이다. 1992년 ‘프로의 남녀는 차별되지 않는다’ 이후 두 번째 책이니, 무려 31년 만이다. 책은 ‘일’의 본질과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최 대표는 “일이 중요하고, 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는 결국, 이들을 이끄는 리더들에게까지 가닿는 메시지가 된다.

◇“‘포장’이 아니라 진짜 ‘브랜딩’을”…‘일잘러’는 ‘본캐’로 승부한다 = “진심, 성실, 열심 등은 모두 귀한 것들인데, 이제는 촌스러운 말들이 되어버렸죠.”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만난 최 대표는 이렇게 토로했다. 그렇지만, 이 ‘촌스러운 말’로 가득한 최 대표의 신간은 출간 석 달 만에 4만5000부를 찍으며 호응을 얻고 있다. 강연과 북토크의 후기도 뜨겁다. 쓰지만 몸에 좋은 ‘충고’에 목말랐던 것일까.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이 책을 읽고 “울었다. 위로받았다”거나 “영혼 없는 조언보다 훨씬 와닿는다”는 평이 많다.

일에 있어서 재능만큼, 그리고 때로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태도와 의지, 심성이라는 게 최 대표의 철학이다. 일을 잘하려는 태도, 다시 해보려는 의지, 어려워도 넘어서고 싶은 마음. ‘열심’은 여기에서 비롯되고, 그것은 짧은 인생, 정해진 하루라는 인간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가장 알차게 보내는 방식이다. 그는 “살아 보니 인생의 가장 희소하고 귀한 자원은 시간이고, 시간을 대하는 맞춤한 태도는 결국 ‘열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회사만을 위한 것이고 개인에게 손해라는 생각이 ‘조용한 퇴사’를 등장하게 했는데, 최 대표는 “회사가 아니라 나를 위해 일한다”는 태도로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 대표는 자신이 30년 넘게 해 온 일의 본질인 ‘브랜딩’과 관련해서도 뼈아픈 이야기를 이어갔다. 최근 젊은 직장인들이 브랜딩에 관심은 높으나 중요한걸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브랜딩하겠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만, 요즘 세대들은 실체보다 이미지에 관심을 더 갖는 것 같다”고 했다. “70점을 90점처럼 보이게 하는 건 브랜딩이 아니라 ‘포장’에 불과합니다.” 이는, 다시 그의 신간 제목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이 나를 원하게 하려면, 내가 일단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없는데, 있어 보이게 하는 것은 브랜딩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브랜딩을 위해선 장기적 접근이 필요한데, 적성을 찾는다면서, 좋아하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단기간에 일을 그만두는 행위는 브랜딩에 적합하지 않다고도 꼬집었다. “직장은 첫눈에 반한 연애를 하는 것과 달라요. 오히려 결혼 생활과 비슷해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잘할 수 있는지, 과연 이 일이 재미있는지까지도 시간과 인내, 열심이 필요합니다.”

◇“진심이 꼰대를 이긴다”…21세기형 리더의 최선이란 = 제일기획 시절 직급이 하나씩 오를 때마다 최 대표는 단단히 마음먹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에게, 그리고 후배들에게 비겁하지 않겠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지시가 갑자기 떨어져도 무조건 아래로 떠넘기지 않고, ‘자기 말’로 이해시키고 함께한다는 것. 최 대표는 ‘원치 않는 일’이 조직에서 부여될 때, ‘야, 위에서 하란다’ ‘야, 이거 그냥 해’라는 식으로 말을 던지고, 회피하던 상사들이 가장 실망스러웠다고 직장 생활을 회고했다. “되도록 뭐든 내가 ‘화자’가 되려고 했어요. 일의 부당함이나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면 이렇게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제안하는 것이죠.”

최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비겁해지지 않는 것을 리더의 기본자세로서 강조했는데, ‘인내’ 역시 그가 주요하게 생각하는 바람직한 리더의 조건이다. 여기서 인내란 단순히 그냥 참는 게 아니다. 사람이 성장하게 하는 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또 사람에 따라서는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되기도 한다는 걸 리더가 인정하고, 기다려 줘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이때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힘겨운 과제가 된다. 리더는 물어야 하고, 들어야 하고, 이해하고, 가르치며 기다린다. 최 대표는 “사람 잘 안 변한다고 하지 않나. ‘인내의 시간’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사람을 기르는 일은 1대 1 아날로그 방식이고, AI(인공지능)가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다. “후딱 해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처럼, 사람의 성장도 빠르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제가 경험한 바로는 절대 그런 일은 없어요. 한마디로 한 땀 한 땀 가내수공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최 대표는 직원들이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는 ‘안전한 장’을 만들어 주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에 동의하느냐 아니냐는 나중 문제고, 일단 무엇이든 ‘꺼내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소위 MZ라고 하는 요즘 세대는 선진국에서 태어나 자란 세대다. 가치관도 라이프 스타일도 다르고, 일에 대한 생각과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차이를 알려면 그들이 말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고, 리더는 그런 장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직장 생활을 할 때나 지금이나 최 대표에게 ‘길’을 묻고, ‘방법’을 구하는 이들이 많다. 그는 직장 생활을 할 때에도 “뼈 때리는 소리 많이 한 선배였다”고 고백했는데, 책을 내고 강연을 다니며, 어느새 낡게 느껴지는 가치들, 즉 열심과 최선 등을 설파하는 일이 ‘꼰대’로 보일까 걱정도 했다. 그런 그에게 옛 직장 후배가 보내 준 메시지가 큰 힘이 됐다. “진심은 꼰대를 이긴다”는 그것. 사실 ‘꼰대’에 대한 불편함은 21세기 직장인들의 화두다. 리더들은 차라리 말을 줄이려 한다. 필요한 말조차 애써 ‘삼킨다’. 그러나 최 대표는 ‘진심’만이 그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다고, 이것은 리더의 책임이고 본분이며, 가장 실질적이고 값진 가치라고 말한다. “진심을 아무도 믿지 않고, ‘진심’이기가 어려운 시대지만, 이것밖에 없어요. 리더의 최선은 진심입니다.”

■ 직장인들엔 ‘일을 잘한다는 것’… 리더에겐 ‘밀레니얼의 반격’ ‘황의 법칙’

‘일’을 위해 추천하는 책

신간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에서 최인아 최인아책방 대표는 일하는 사람이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감수성’을 강조한다. 직장인의 감수성은, 직장에서 어떻게 발현될까.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만난 최 대표가 요즘 세대 직장인들에게 추천한다는 ‘일을 잘한다는 것’(리더스북)에 가까운 정답이 있다. 책은 최 대표가 말하는 ‘감수성’과 닿아 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베스트셀러 전작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슈가 경쟁전략 전문가 구스노키 겐과 함께 쓴 책으로, ‘일 잘하는 사람들’이 지닌 공통의 ‘감각’에 대해 논하는 책이다.

최 대표에 따르면 일터에서의 감수성이라는 건, 주어진 일만 최소한으로 잘해 내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지시가 없어도 할 줄 알고, 자신이 어디에 언제 어떻게 필요한지를 빨리 알아차리는 능력이다. 즉 일을 ‘맥락’ 있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흔히 ‘센스’라는 말로 불리기도 하는데, 야마구치의 책은 실제로 일 잘하는 사람들은 ‘할 일 목록(to do list)’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이 센스(감각)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이들은 시퀀스를 고려하는 직렬적 사고를 할 줄 알며, 이를 키우는 것이 일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이다.

그렇다면, 가능하면 ‘센스’ 있는 직원과 일하고 싶고, 또 직원들의 센스를 키워줘야 할 리더들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최 대표는 ‘밀레니얼의 반격’(더퀘스트)을 추천했다. 책은 MZ세대론 등을 세대 차이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서 찾으며, MZ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새로운 인류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이를 인정하는 것이 기성세대와의 연결과 소통, 그리고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최 대표는 “지금 리더들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결국 이들을 움직이고, 함께 일하는 것 아니냐”면서 “일단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부터 아는 게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황창규 전 KT 회장의 대학특강을 묶어 정리한 ‘황의 법칙’(시공사)에 대해 “의욕과 에너지를 고취시키는 책이다”라면서 리더들에게 권했다.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 위기 대응, 혁신을 이루는 경영자의 자세 등 총 7개의 주제로 이뤄진 이 책에 대해 최 대표는 “반드시 IT(정보기술) 비즈니스에서 일하는 게 아니더라도, 리더의 본분은 최선과 혁신이기에 읽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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