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력이 경쟁력 그 자체”… 바이오업계 ‘인재 쟁탈전’ 과열

최준영 기자 2023. 7.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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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200곳에 ‘경영 애로’ 묻자
자금조달 54%·인력확보 38%
삼바, 2년새 이직 2배이상 증가
2020년 81명서 지난해 192명
“학습 기회·기술거래 여건 부족
인맥·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
정부차원의 인력 양성 시급해”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X) 2023’에서 진행한 ‘바이오산업, 인력난 문제 - 무엇이 해답일까?’ 전문 세션에서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이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제공

“바이오 산업 분야는 인재 수요가 너무 많기 때문에 직원들을 공들여 가르쳐 놓으면 이후 바로 연봉을 올려 경쟁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김홍석 종근당 연구기획실 이사는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X) 2023’에서 진행한 ‘바이오산업, 인력난 문제 - 무엇이 해답일까?’ 전문 세션에서 국내 바이오업계의 인력난과 관련해 이같이 지적했다. 김 이사는 “특히 인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허가·세포유전자 쪽 분야 등은 인재를 양성하는 전문 기관도 없다시피 해 회사에서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바이오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주요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이 피로도를 느낄 정도로 치열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바이오 분야의 전문 인력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고 있어, 기업들 사이에 뺏고 뺏기는 인력 쟁탈전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 산업이 적절한 인재 풀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산업 분야는 업종 특성상 전문 인력이 곧 핵심 정보이자 경쟁력인 사업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전문 인력 부족으로 기업 간 인재 확보 경쟁이 업계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요 경영 애로로 자금 조달(54%)에 이어 인력확보(38%)가 꼽혔다. 실제 업계 대표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지난해부터 인력 빼가기와 기밀 유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차례에 걸쳐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인력 유인 활동을 즉각 중지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직원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지난달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처음으로 영업비밀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그러나 롯데바이오로직스 측은 “(이직해온 직원들이) 가져온 정보가 없고, 인력도 공정하게 채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2년 새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떠난 이직자들이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2020년 기준 이직자가 81명이었는데, 2021년엔 156명, 지난해는 192명으로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력 유출이 늘어난 것은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경쟁 업체들이 직원들을 대거 흡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인력을 뺏긴 회사로서는 회사 중요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강경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 관계의 바이오 기업 간 인력 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데 대해 업계에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은정 SK바이오사이언스 TM팀 팀장은 “바이오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업체 간 인력 이동이 많아, 인력을 뺏고 뺏기는 전쟁터가 된 상황”이라며 “개발부터 생산까지 여러 직군이 있지만, 특히 백신 개발 회사의 면역학 분야, 해외 인허가(RA), 제조·품질관리(GMP) 등 부문에서 인재 확보가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앞으로 2년 내 많은 바이오 대기업들이 인천 송도로 몰리는 시기에 한 번 더 대규모 인력 이동이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광수 GC녹십자 글로벌 사업본부 팀장은 “기술개발 트렌드를 공유하는 학습 기회나 기술 거래를 할 수 있는 여건 등이 부족해 (바이오 업계가) 인맥, 개인기 등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바이오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국내 전문 인력 양성·유치 등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지원본부장은 “바이오업계를 이해하면서도 정보기술(IT)이나 외국어 역량 등 또 다른 전문성을 가진 융합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필수”라며 “이런 고급 인력에 대한 육성을 양적 부분에만 치우치지 말고 질적으로도 가능하도록 산학협력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계와 함께 진행한 ‘바이오경제 2.0 원탁회의’에서 “국내 바이오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며 “신규 채용 후 자체적으로 수개월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교육 인프라를 (정부가) 구축해 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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