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환경 카르텔’
(전국=뉴스1) 홍석광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회장 =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김선달’, 폐차업자는 어수룩한 ‘봉’ 취급을 당하는 꼴이다. 환경부가 진행하는 배출가스저감장치(DPF) 반납과정을 보면 딱 그렇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 이슈가 되는 ‘카르텔’이 따로 없다. 쥐꼬리만 한 권력이라도 손에 쥐면 마른 수건 쥐어짜듯 ‘갑질’하는데 익숙한 카르텔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 카르텔’을 구축한 쪽에서 보면 폐차업자는 시쳇말로 호구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긴 시간동안 제도개선을 요구해도 못 들은 체할까 싶다.
자동차해체재활용업계는 그동안 자원순환법, 대기환경보전법 등 환경관련 법령이 제·개정될 때마다 막대한 추가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입법취지에 맞게 환경보전에 앞장서 온 환경파수꾼이다. 2009년 DPF 반납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도 대기환경보전이라는 대명제 아래 당장의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성실하게 반납업무에 협조해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DPF 반납제도는 시행초기부터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리 업계에서는 환경부에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개선을 14년째 촉구하고 있으나 묵묵부답 함흥차사다. DPF 반납제도의 독소조항은 자동차 소유자의 재산권침해와 민간사업자 비용부담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개인의 재산권침해 문제는 심각한 사안이다. DPF를 부착하거나 교체할 경우 자동차 소유자가 10%의 비용을 부담한다. 해당 장치의 소유권 일부(10%)는 자동차 소유자에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DPF를 반납 받아 매각처분했으면 매각대금의 10%는 자동차 최종 소유자에게 당연히 반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로부터 DPF 반납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2009년 이후 현재까지 14년여 동안 한푼도 자동차 소유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다.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다. 자동차의 최종 소유자는 정당한 금원을 지불하고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해서 취득한 자동차해체재활용사업자다. 자동차환경협회가 환경부의 비호 아래 국민의 소중한 사유재산을 부당 취득한 것에 다름 아니다.
DPF 탈거비용지원금 처리도 문제다. 2017년 대기환경보전법 개정 이후 정부의 DPF 탈거비용지원이 가능해졌다. 환경부는 탈거비용 지원금액으로 1만9000원(실제 탈거비용 5만원에 턱없이 낮은 수준)을 책정해 놓고도 그나마 폐차업자한테는 줄 수 없단다. DPF 탈거작업에다 반납업무까지 수행하고도 탈거비용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니 기막힐 일이다. 정당한 금원을 지불하고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해서 매입한 자동차의 최종 소유자인 폐차업자가 실제 탈거작업까지 수행하고도 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세상에 이런 ‘호구’는 없다. 폐차업자는 ‘봉’이라는 이야기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정부예산 환수목적 사업에 민간사업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무슨 해괴한 논리인지 환경부는 답해야 한다. 정부가 대기환경보전을 위해 DPF장착 보조금을 지원했다가 사업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해 예산 환수목적으로 장치 반납을 요구한다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그 비용은 정부가 부담해야 옳다. 하지만 환경부는 자동차 소유자나 반납업무를 담당하는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비용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 실제 반납대행 사무를 위탁받은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탈거와 반납업무를 수행하는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기보다 자체 수입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구조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환경카르텔’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DPF 장치반납 지연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부담도 심각하다. 자동차환경협회는 장치를 반납 받으면서 특정 택배사만 이용토록 하고 있다. 때문에는 농촌지역 폐차사업자의 경우 장거리에 위치한 해당 택배 회사까지 장치를 운송하면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불필요한 비용부담을 안고 있는데다 반납기일이 지연되는 만큼 책임보험료, 세금, 과태료 등의 불합리한 추가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환경보전법에 따라 DPF를 반납해야 말소등록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구심이 생긴다.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갑질’행각이다.
현행 DPF 반납제도는 소중한 자원의 재활용 촉진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이다. DPF를 폐차장에서 탈거해 한국자동차환경협회로 운송해서 매각 처리하는 현행방식은 민간영역의 시장논리에 따라 재사용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더 소요될 뿐 아니라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경부가 값비싼 매연저감장치의 재사용 촉진을 가로막는 것은 심각한 아이러니다. 특정 단체를 위한 반납제도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DPF반납은 부가가치가 높은 중고 자동차의 해외수출을 차단시켜 국가와 수출업계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DPF 장착 시 기존에 장착되어 있는 촉매장치를 제거하기 때문에 반납 시 장착 이전 상태로 자동차를 복원할 수 없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우수한 중고자동차가 부품탈거로 수출되지 못하고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국가적 손실이며 수출업계가 피해를 떠안게 된다.
따라서 정부예산 환수목적 사업에 민간사업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모자라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현행 DPF 반납제도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우선 2년 의무운행기간이 종료돼 본래 사업목적이 달성된 차량의 DPF 반납의무는 폐지하라. 자동차 소유자 부담을 줄이고 민간영역의 재활용을 촉진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환경보전과 소중한 자원 재활용 촉진을 위해서다.
반납된 장치의 매각대금 중 10%는 자동차 최종 소유자에게 반환하라. 심각한 재산권 침해기 때문이다. 2009년 이후 지금까지 반환되지 않은 매각대금 10%는 전액 돌려줘야 한다. 법적 쟁송으로도 비화될 수 있다. DPF 탈거비용 지원예산은 실제 업무 수행자에게 지급하라. 탈거비용도 5만원으로 현실화하고 입법취지에 맞게 실제 작업비용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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