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마블]'게임체인저' 석경에이티, 2차전지 필수소재 판 뒤집을까
나노기술 기반 고체전해질, 배터리 방열소재 성장 신호탄
독일·일본 '특허전쟁' 속 국산화 기대…'100년 기업' 목표
'블루칩(blue chip)'은 주식시장에서 수익성·성장성·안정성을 고루 갖춘 대형 우량주를 뜻합니다. '놀라운(marvel)' 성장 잠재력으로 블루칩을 꿈꾸는 다양한 기업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원석기업과 기업 성장을 위한 뒷이야기도 함께 다룹니다. '블루칩을 향해가는 놀라운 기업들의 이야기' [블루마블]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23년 업력을 보유한 국내 나노소재 개발 전문기업 '석경에이티'가 기존 2차전지 전고체 전해질(양극, 음극 사이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기존 가연성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전해질) 시장을 뒤바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회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배터리 소재인 전고체 전해질 시장에서 '보라사이트(Boracite)'라는 새로운 결정구조를 기반으로 한 신소재를 개발하면서다.
이 같은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자 2020년 상장 이후 올해 초까지 2만원대를 유지하던 석경에이티 주가는 3월 말 7만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에는 장중 한때 8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연초 대비 4배 가까이 점프한 것이다.
석경에이티는 시장 내에서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을 경계하면서도 전고체 전해질 시장의 판도를 바꿀 기술 개발에 힘입어 자사의 성장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즈워치는 최근 임형섭 석경에이티 대표이사를 만나 석경에이티가 어떤 기업인지, 앞으로 어떠한 성장 가능성을 담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석경에이티 기업개요
- 2001년 1월 1일 설립
- 2020년 12월 23일 코스닥 상장
- 자본금 : 27억원
- 최대주주 : 임형섭 대표(25.04%)외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 40.89%
- 주요사업 : 기능성 나노소재 개발, 제조
- 주요제품 : 치과용 보충제(X-ray 불투과성 높이는 소재, 레진 보충제), 항균·색조화장품 소재, 토너 외첨제, 기능성 코팅제 등
'보라사이트' 신소재 개발…전고체 전해질 시장 뒤엎을까
지난 2001년 설립한 석경에이티는 나노 소재 개발 전문기업이다. 나노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정도의 크기를 말한다. 석경에이티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다양한 분야에 사용하는 나노 크기 소재를 개발하고 만든다.
현재 주요 제품군으로는 △바이오헬스케어 소재 △전기전자 △코팅 소재가 있다. 치과 레진 치료 시 엑스레이(X-ray)의 불투과성을 높이는 소재나 레진의 강도를 높이는 충진제, 색조화장품 원료와 자외선차단 소재, 복사기나 프린터 토너의 필수 첨가소재, 플라스틱 스크래치 방지 소재,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 기능 향상 소재, 5G·6G(이동통신 기술)의 고속통신을 돕는 기판 소재 등이다.
여기에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신물질과 전기차 배터리 과열방지 핵심소재(TIM)를 새로 개발해 사업분야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임형섭 대표는 "소재산업은 기반 기술인만큼 같은 소재라도 어느 용도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능이 달라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면서 "탄탄한 기초기술과 응용기술이 모두 요구된다"고 말했다.
소재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 업종으로 대기업 진출이 쉽지 않다 보니 국내에선 인식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앞서 한일 무역분쟁에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국내 반도체 시장이 흔들렸던 것을 계기로 최근 매우 중요한 산업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일본이나 독일 등이 이미 주요 소재 핵심기술 특허를 다량 보유하고 있어 이를 피해 기술을 국산화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석경에이티의 2차전지 전고체 전해질 소재 개발 소식은 의미가 더 크다.
임 대표는 "이번에 개발한 전고체 전해질 소재는 기존 액체 전해질과 분리막을 대체할 수 있는데다 기존 전고체 전해질 소재 대비 취급이 쉽고 특허분쟁에서도 자유로운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고체 전해질 소재는 쉽게 말해 2차전지에 들어가는 주요소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액체) △분리막 가운데 액체 전해질과 분리막을 대체하는 소재다. 즉 기존 전해질(액체), 분리막 산업 기반을 대체할 수도 있는 기술인 셈이다.
분리막과 액체전해질이 빠지면 지금보다 양극재를 더 많이 넣을 수 있어 2차전지 용량을 키울 수 있다. 또 전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보다 화재나 폭발위험도 현저히 낮아 최근 완성차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전고체 전해질 시장은 지금까지 일본 도요타가 개발한 아지로다이트(Argyrodite) 결정구조 화합물이 주류를 이뤄왔다. 관련 특허만도 160여개로 아지로다이트를 기반으로 새로운 소재 기술을 개발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석경에이티는 보라사이트 결정구조로 눈을 돌렸고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임 대표는 "아지로다이트 결정구조 화합물은 원료합성시 독성물질이 발생해 취급이 어렵고 습기에 매우 민감해 대량생산이 어렵다"며 "상온·상압 환경에서 합성할 수도 없어 별도의 특수설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반면 보라사이트 결정구조 소재는 상온·상압 환경에서 안전해 별도 설비가 필요치 않고 취급이나 가격면에서도 유리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석경에이티는 액체 없이도 양극재와 전해질 사이를 연결하는 보라사이트 결정구조 기반 기술을 개발해 현재 국내 6개 특허를 출원했다. 향후 40개 정도의 국내·외 특허도 추가로 받을 예정이다.
임 대표는 "지금은 액상 전해질 대비 떨어지는 이온전도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전도도를 높이면 기존 고체전해질 대비 값싸고 품질 좋은 소재를 공급할 수 있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고체 전해질은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관련 시장은 2019년 1500만달러 수준에서 2027년에는 그보다 10배가 넘는 약 1억6260만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석경에이티는 특허 출원과 제품 양산 전 고객평가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2025년 하반기에는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김제자유무역지역'에 122억원을 들여 제3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으로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다.전기차 배터리 방열소재 신사업도 추진
전고체 전해질 소재 양산 전까지는 TIM 신소재가 석경에이티의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TIM 소재는 전기차 배터리 안전 핵심소재로 열전도율이 높아 배터리 아래에 깔아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조절하는 방열소재다.
TIM 소재의 글로벌 시장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지난해 1조8000억원 규모에서 2028년에는 2조8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석경에이티는 지난해 고객사 요청으로 기존 질화알루미늄 소재보다 가격이 저렴한 새로운 산화마그네슘, 수산화마그네슘 소재를 개발해 현재 고객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제3공장이 설립되면 바로 생산에 들어가 연간 2000톤 규모의 생산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 대표는 "TIM 관련 소재는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석경에이티는 이를 국산화해 국내 기업에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향후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제품들도 고도화해 성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5G·6G의 신호손실을 줄이는 기판소재용과 필름 소재용 '중공실리카' 등이 단기 성장동력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주가 성장보단 '100년' 지속하는 소재기업 목표
임 대표는 "전통 제조업기반 경제에서 지식기반경제로 전환하며 제조업의 부가가치(이윤율)는 낮아지고 핵심부품과 소재, 연구·개발(R&D) 등 분야의 부가가치는 높아진다"면서 "국내 소부장 산업의 육성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소재산업과 관련해 국내에 숨은 벤처 강자들이 많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대부분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가능성 있는 국내 소재기업들이 성장하고 버틸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100년 된 소재기업 '스미토모케미칼'을 롤모델로 삼고 묵묵히 전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임 대표는 "다량의 특허를 가진 일본, 독일과의 특허전쟁 속에서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초를 단단히 하는 축척의 시간들이 필요하다"면서 "단기 주가 성장보다는 1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소재기업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기업설명(IR) 활동과 실제 실적 개선을 통해 주주들과 소통해 나가며 시장에 소재 기업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0년 67억원(이하 연결 기준)이었던 석경에이티 매출액은 지난해 123억원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억원에서 47억원, 당기순이익은 10억원에서 43억원으로 늘었다.
이승태 하나증권 연구원은 "석경에이티의 신사업 소재들은 현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국산화 니즈가 높은데다 기존 2차전지 소재들의 한계점 타파와 국산화로 독과점 위치 선점이 유력하다"면서 "전고체 전해질과 TIM 소재 등을 기반으로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2차전지 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인터뷰 관련 내용은 공시 내용과 회사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으며, 인터뷰의 모든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 또는 주식가치 상승이나 하락을 보장하는 의미를 담지 않습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