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라도 하고싶다, 박정민[★인명대사전]

이다원 기자 2023. 7. 2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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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수’ 속 박정민이 연기한 ‘장도리’ 캐릭터 포스터. 사진제공|NEW



배우 박정민이 또 하나의 ‘인생캐릭터’를 얻었다.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에서 ‘야망남’ 장도리 역을 맡아 그 어떤 인물보다도 빛나는 필모그래피를 완성한다. 그의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놀라운 얼굴을 떠올린다면, 당장 ‘밀수’라도 하고 싶어지는 배우다.

‘밀수’ 속 박정민.



■‘밀수’ 박정민, 단연코 빛나는

박정민은 ‘밀수’ 안에서 제일 빛난다. 열등감과 야욕 사이 오가는 ‘장도리’로 분해 사건의 파장을 키우는 핵심 키를 쥔다. 투톱으로 나선 김혜수, 염정아 뿐만 아니라 조인성, 고민시, 김종수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제 색깔을 공고히 유지한다. 영화를 본다면, 앞서 제작보고회에서도 김혜수가 “박정민의 모든 영화 중 ‘밀수’가 최고다. 그의 작품을 모두 봤는데 그 중 최고, 앞으로도 ‘밀수’의 장도리를 뛰어 넘기는 힘들 것”이라고 칭찬한 이유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전반부와 후반부 ‘장도리’ 캐릭터성이 180도 달라지는데, 여기에 설득력을 얹는 것이 바로 그의 표현력이다. 과도하게 부풀린 펌 스타일부터 손대기도 싫은 패션 아이템,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덕지덕지 부착한 과유불급 귀금속까지, 뼛 속 깊이 ‘열등 유전자’를 지닌 장도리의 못난 내면을 외적으로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박정민은 애써 웃기려 하지 않아, 더욱 큰 웃음을 안긴다. 개그 의도가 조금이라도 읽혔다면 자칫 희화화될 법한 캐릭터지만, 박정민은 매 장면 ‘장도리답게’ 움직이며 상황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고 임팩트도 강하다. 영화가 올라간 이후에도 ‘장도리’를 가장 오래 기억하는 건 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력 덕분이다.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담당하는 것은 ‘장도리’와 고민시가 연기한 ‘고옥분’의 속적인 러브라인이다. 사실상 쌍방통행 멜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이 빚어내는 아슬아슬항 핑크빛 텐션이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밀수’의 막내 라인이지만, 합은 선배들에 뒤지지 않는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서번트 증후군 천재 피아니스트 진태를 연기한 박정민.



■서번트 증후군부터 트렌스젠더까지…“누구냐, 넌?”

그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더욱 더 빛난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한 영화 ‘동주’ 속 송몽규부터 ‘그것만이 내 세상’ 진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속 트렌스젠더 유이 등 젊은 남자배우가 걷는 연기 행보 치고는 다소 파격적이다.

2011년 ‘파수꾼’으로 데뷔한 박정민은 ‘동주’(2016)에서 ‘윤동주’(강하늘)의 사촌이자 독립운동가 ‘송몽규’로 분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이 작품으로 그 해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남자 신인연기상을 거머쥐며 단숨에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영화 ‘동주’ 속 송몽규 역의 박정민.



이후 그는 대세 주연급으로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그것만이 내 세상’(2018)으로 보여준 놀라운 연기력은 ‘대한민국 대표 배우’ 이병헌, 윤여정도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천재 피아니스트 ‘진태’로 분하기 위해 수개월간 매일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연습하며 대역없이 모든 연주 장면을 소화하기도 했다.

영화 ‘변산’에서 래퍼로 변신한 박정민.



‘동주’로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이준익 감독과는 ‘변산’(2018)으로 다시 한번 만난다. 그는 극 중 꿈을 이루지 못한 래퍼 ‘김학수’ 역을 맡아 직접 랩 가사를 쓰고 무대에도 올랐다. 이밖에도 ‘염력’ ‘사바하’ ‘타짜: 원 아이드 잭’ ‘시동’ 등에서도 ‘자기복제’ 없는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며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속 트렌스젠더 유이 역의 박정민.



팬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한 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에서였다. 그는 트렌스젠더 ‘유이’로 변신해 짧은 치마, 토플리스 등 패션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며 황정민, 이정재와 호흡했다. ‘꽃길’만 예약된 남자배우로선 가기 쉽지 않은 선택지였지만, 박정민은 용감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그 결과 제4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조연상, 제26회 춘사국제영화제 남우조연상,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조연상, 제41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등 각종 시상식의 트로피를 휩쓸며 그의 결정에 대해 인정받았다.

이번엔 ‘밀수’다. 안주하지 않았던 그의 노력이 이번 작품에선 어떻게 반짝거릴지는, 오는 26일 극장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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