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현장] 펠프스 앞에서 세계기록 갈아치운 佛 ‘신성’ 마르샹...“아직 최고는 오지 않았다”
‘수영 황제’의 마지막 개인 종목 세계기록이 마침내 깨졌다.
레옹 마르샹(21·프랑스)은 23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 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개인혼영 400m 결선에서 4분02초50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개인혼영 400m는 한 선수가 접영-배영-평영-자유형 순으로 100m씩 헤엄쳐 실력을 겨루는 종목이다. 모든 영법을 소화하며 시간을 다투기 때문에 수영계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마르샹은 이미 접영으로 100m 턴을 할 때부터 1위로 올라섰고, 이후 순위가 아닌 기록과 싸웠다. 이로써 마르샹은 마이클 펠프스(38·미국)가 15년 전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작성한 기존 세계기록(4분03초84)을 1초34 앞당겼다. 이는 펠프스가 보유하고 있던 마지막 개인 종목 세계기록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8관왕 출신인 펠프스는 한때 자유형 200m, 접영 100m, 접영 200m, 개인혼영 200m 등에서 세계기록을 휩쓸었던 명실상부한 ‘수영 황제’다.
특히 당시 펠프스는 기술 도핑이라고까지 불렸던 ‘전신 수영복’을 입고 세계기록을 세웠다. 전신 수영복 착용은 2010년부터 금지됐지만, 이를 입고 2008~2009년에 대거 작성된 세계기록들이 아직 수영계에 철옹성처럼 남아있다. 남자 자유형 200m, 400m과 배영 200m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중계차 현지 경기장을 찾은 펠프스는 마르샹이 터치 패드를 찍는 순간 벌떡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다. 그의 마지막 개인 종목 세계기록이 깨지는 순간에도, 펠프스는 여유와 미소를 잃지 않고 오히려 마르샹을 격려했다. 펠프스는 시상자로도 나서 마르샹에게 직접 메달을 건넸고, 그의 팔을 번쩍 들어 올려주기도 했다.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4분04초28의 대회 기록으로 개인혼영 400m에서 우승했던 마르샹은 올해 후쿠오카에선 세계기록까지 바꿔놓으며 세계선수권 2연패(連霸)에 성공했다. 개인혼영 200m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한 그는 ‘2개 종목 2연패’를 목표로 후쿠오카에 입성했는데, 벌써 절반의 목표를 달성했다.
마르샹은 경기 후 나선 인터뷰에서 “정말 놀라운 경기였다. 처음부터 페이스를 잘 설정했고, 끝까지 빨리 갈 수 있었다”며 “아직 최고는 오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펠프스 앞에서 직접 기록을 깨는 느낌이 어땠냐는 질문엔 “펠프스가 내 기록을 자랑스러워하더라. 특히 그가 이날 경기를 중계했다는 사실이 정말 흥미로웠다”며 “펠프스가 내게 조언도 해줬다. 자유형에서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보더라. 이를 위해 계속 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작년부터 기량이 만개하며 수영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마르샹은 내년에 고국에서 열리는 파리 올림픽의 대표 ‘얼굴’로 유력하다. 혹시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압박감을 잘 이겨낼 자신이 있다”며 “아직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 1년이나 남아 있다. 이번 주와 다음 경기만을 생각하며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마르샹이 다음으로 나서는 개인혼영 200m 예선과 준결선은 오는 26일 열리고, 결선은 27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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