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 인질 · 구출… ‘짠내 나는’ 액션
1986년 한국인 외교관 피랍실화
하정우-주지훈의 찰떡 호흡 눈길
한낮 자동차 추격전 박진감 넘쳐
‘모가디슈’ ‘교섭’과 비슷하지만
김 감독 “가는 방법·목적지 달라
사람이 사람 구하는 이야기집중”
피랍된 외교관 구출이란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비공식작전’은 올해 여름 개봉한 경쟁작들뿐 아니라 비슷한 소재의 전작들과도 싸워야 한다. 지난해 ‘모가디슈’와 올해 초 ‘교섭’ 등 약속이나 한 듯 낯선 이국땅에서 피랍된 인질을 구출하는 영화가 이어진 상황에서 ‘비공식작전’은 ‘익숙한 재료를 최대한 맛있게’ 만든다는 정공법으로 갔다. 전작 ‘끝까지 간다’(2014)와 ‘터널’(2016)로 검증된 김성훈 감독의 쫄깃한 연출과 하정우의 자연스럽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무기로 손익분기점 넘기 라는 ‘작전’을 ‘완수’할 수 있을까.
영화는 레바논 베이루트 현지 한국 대사관 소속 서기관이 납치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2년 가까이 지난 시점, 서울대 후배에게 ‘물먹은’ 외무부(현 외교부) 사무관 민준(하정우)은 피랍된 서기관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 외무부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서로 공을 차지하겠다는 알력 다툼 속 승진을 위해 민준이 목숨을 건다. “그거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1986년 레바논 주재 한국 외교관 피랍 사건이란 실화를 소재로 했다. 하필 ‘모가디슈’와 ‘교섭’이 극장가를 거쳐간 터라 관객들로선 기시감이 들 만큼 익숙한 소재이다. 김 감독은 지난 20일 인터뷰에서 “출발점은 비슷하더라도 가는 방법도, 목적지도 다르다”며 “같은 얘기라면 우리는 안 만들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무거울 수 있는 소재지만, 보기 편하고 재밌게 장르 영화의 쾌감으로 소화하고 싶었다”며 “쓴 약을 먹기 좋게 당으로 감싸듯 영화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말마따나 영화는 쉽고 재미있다. 외교관이 주인공이지만, 영화는 치밀한 협상 과정이나 얽히고설킨 국제 관계보단 오지에 던져진 민준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의 고생 어린 액션과 그들의 유대 관계에 집중한다. 하정우와 주지훈의 짠내 나는 ‘미션 임파서블’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극한 상황에 부딪힌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어떤 기지를 발휘하는지 세세하게 보여주며 서스펜스와 유머 사이를 밀당한다. 다만 어떠한 심각한 상황에도 낙관적인 기운을 잃지 않아 감독의 전작 ‘끝까지 간다’가 보여줬던 숨 막히는 긴장감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느슨하다고 느낄 수 있다.
민준과 판수가 현지의 비좁은 골목에서 벌이는 한낮의 카체이싱(자동차 추격전) 장면은 김 감독의 집요하리만큼 섬세한 연출력이 빚어낸 박진감 넘치는 순간이다. 총 120회차 촬영 중 70회차를 모로코 마라케시, 카사블랑카 등에서 4개월간 찍었는데, 18분가량 진행되는 카체이싱 장면에만 21회차를 할애했다. 하루에 30분도 채 안 되는 모로코의 해질 녘 순간을 담기 위해 수없이 허탕을 치기도 했다. 김 감독은 “관객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다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진중하면서도 능청스러운 하정우와 껄렁껄렁하면서도 따뜻한 주지훈의 연기 호흡은 돋보인다. 김 감독은 두 배우에 대해 “같이 사는 아내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다”며 “나 혼자선 90점이 최상이었는데, 그 둘은 나를 확장시켜서 그 이상의 점수를 얻게 해준다”고 웃었다. 1980년대 말이 배경이지만, 시대 비판적 메시지는 덜한 편이다. 김 감독은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내에서의 고생 스토리만큼 제작 과정에서도 코로나19라는 풍파를 딛고 일어난 작품이다. 김 감독이 모로코로 출국하기 일주일 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셧다운되며 1년 6개월간 중단돼 인고의 시간을 견뎠다. 김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담담히 말했다. “영화가 중단됐을 때 준비했던 콘티를 보는데 눈물 날 것 같았어요. 제가 만든 영화 중에 가장 많이 준비했고, 가장 재밌을 것 같았거든요.”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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