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방송인 이혜정, "성공 비결은 거짓 과장 없는 신뢰"

강일홍 2023. 7. 2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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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인포메이션 예능 등 단골패널-홈쇼핑 스케줄 폭주
국내 첫 해외 유학파 요리연구가, '키친스토리' 업계 1위

요리연구가 이혜정은 대중문화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셀럽 중 한명이다. 방송에서 그는 음식 전문가로서 자신의 다양한 경험들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내 진한 공감대로 이끈다. /키친스토리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대중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적 식견은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요리연구가 이혜정은 대중문화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셀럽 중 한명이다.

그의 대중적 인지도는 인기 연예스타 못지 않다. 방송에서 그는 음식 전문가로서 자신의 다양한 경험들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내 진한 공감대로 이끈다.

인지도가 쌓여도 대중적 관심도나 순발력, 감각이 없으면 방송에선 1회~2회 게스트로서의 역할로 끝나기 마련이다. 그는 적절한 입담과 예능감을 발휘하며 요리 프로그램 또는 주부 대상 프로그램 등에서 늘 섭외 1순위다.

최근 그는 SBS '돌싱포맨'에서도 예능지존들과 만나 밀리지 않는 입담을 벌여 다시한번 방송인다운 존재감을 확인했다. 특히 부친의 재산 사회 환원 당시의 솔직한 경험담은 고정패널 탁재훈의 '속내'와 겹쳐지며 '고난도 유머'로 발산됐다.

시청자들에게는 본명인 이혜정보다 '빅마마'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 '한식대첩',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의 쿡방 예능 이후 알려진 수많은 스타 셰프들의 원조로 꼽히기도 한다.

이혜정은 부부 또는 고부갈등같은 누구나 공감하는 에피소드를 속시원히 풀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 최초 유학파 요리연구가로 주부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고 대박 히트 상품을 잇달아 런칭시킨 키친 사업가이기도 하다.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요리연구가 겸 방송인으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그의 진짜 마력(魔力)은 무엇일까.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그가 운영하는 식품회사 키친스토리 강남 사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요리연구가 겸 방송인으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이혜정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아래 사진은 왼쪽부터 키친스토리 이재우 이사, 이혜정, 필자. /키친스토리, 강일홍 기자

<다음은 요리연구가 겸 방송인으로 활약중인 빅마마 이혜정과의 인터뷰>

-늘 방송에서만 보다 직접 만나보니 느낌이 완전 다르다.

우선 더운날 이렇게 제 일터까지 찾아주셔서 감사드려요. 너무나 평범한 아줌마죠. 인기 연예인도 아닌데 정색하고 인터뷰한다 생각하니 쑥쓰럽네요. 저는 평소 겉모양보다는 실속을 더 중시하는 스타이일이라 보시다시피 사무실도 아주 소박합니다. 홈쇼핑이나 방송 출연 스케줄 등에 쫓기다 보면 하루가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때가 많아요. 이런 시간이 다소나마 긴장을 풀고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죠.

요리연구가 이혜정은 방송에서 요리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함께 친근감 넘치는 솔직하면서도 맛깔스런 언변을 자랑한다. 요리 관련 프로그램 외에도 인포메이션 토크형 프로그램 등에 단골로 출연한다. 패널로서는 특히 중장년 여성을 대변하는 역할로 자신의 경험담 등을 진솔하게 풀어내 주목도가 높다.

-요리와는 어떻게 처음 인연을 맺었는지.

영남대 교수였던 남편을 따라 대구에 살면서 인연이 됐어요. 그땐 반상회라는게 있었는데 으레 떡이나 과자 차 같은 다과를 내놨어요. 우리집 차례가 되면 저는 직접 만든 음식으로 동네분들한테 늘 인기를 얻었어요. 너도나도 비법을 배우겠다고 몰려들다보니 본의아니게 요리선생(이혜정의 쿠킹스튜디오)으로 변신하게 됐고, 입소문이 나면서 지방 방송에도 출연하고 그랬죠.

그는 결혼 후 15년간 오직 육아에만 전념한 전업주부였다. 결혼 초기엔 엄격한 시부모와 살면서 고되고 혹독한 시집살이도 겪었다. 의사 남편의 외도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도 있다. 남편이 예일대 교환교수(영남대와 을지대 산부인과 교수 근무 후 현재는 퇴직)로 가 있던 2년 가량의 미국 생활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귀국 후 대구에 살면서 동네 주부들 사이에 차츰 유명해졌다.

최근 그는 SBS '돌싱포맨'에서도 예능지존들과 만나 밀리지 않는 입담을 벌여 다시한번 방송인다운 존재감을 확인했다. /SBS '돌싱포맨'

-해외 요리학교 유학을 다녀온 첫 케이스로 알려져 있지 않나.

제가 이탈리아에 다녀온 뒤 유학파가 많아졌다고 들었어요. 저한테는 음식 이론을 정립하는 계기가 됐죠. 사실 요리와 인연은 훨씬 오래됐어요. 대학때 특급 호텔 식당에서 알바하면서 곁눈질로 많이 배웠거든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잖아요. 당시 독일이나 이탈리아 출신 주방장들의 요리가 너무 신기해 집에 돌아오면 노트에다 차곡차곡 정리해두곤 했죠.

이혜정은 마흔 두살의 늦은 나이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유럽 요리전문학교인 ICIF에서 2년간 수학했다. 뒤늦게 체계적인 요리공부에 나섰지만, 어려서부터 음식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다. 그는 대학시절 조선호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눈여겨본 다양한 레시피들을 노트에 정리한 뒤 자신만의 스타일로 요리해 인정을 받곤했다.

-지금은 방송인으로 더 유명해졌다. 자신만의 매력이나 노하우가 있나.

가수와 배우는 노래나 연기를 잘해야 인정을 받듯 요리 분야도 마찬가지죠. 요리나 음식만큼은 언제든 자신이 있는데, 방송은 별개인 것같아요. 뭔가 특별함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만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죠. 요리 얘기만 앵무새처럼 늘어놓으면 금방 식상해지겠죠. 김치는 좋은 재료로 만든 양념을 잘 버무려야 제 맛이 나듯 방송도 자꾸 하다보니 저만의 노하우가 생기더군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전문 영역을 쉽고 재밌게 잘 설명하려면 복합적인 지식과 상식은 필수다. 토크의 공감대는 말을 잘하는 것 이상으로 남의 얘기를 잘 듣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중언부언하지 않고 요점과 핵심을 바로 끄집어 낼 수 있다. 이혜정의 경쟁력은 주부들 사이에 쌓인 신뢰다. 그는 "습관처럼 다방면의 관심사에 귀 기울이다보니 TV 뉴스조차도 허투를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탁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일말의 거짓이나 과장이 있어선 안됩니다. 그게 바로 저의 신념이고 원칙이에요." 이혜정의 경쟁력은 주부들 사이에 쌓인 무한 신뢰다. /키친스토리

-요리연구가로 꾸준히 히트상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몇가지만 알려달라.

기본적으로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건 뭐든 대상이 되는데, 원칙은 있어요.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까다로운 입맛과 편리함 등이 우선 고려사항이죠. 조리에 시간을 단축하면서 최상의 영양 식사를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주부들 사이에 인정받는 시크릿코인이나 아침식사를 간편식으로 대용할 수 있는 오곡영양밥은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자리매김했어요.

전복장을 비롯해 보리굴비, LA갈비,소한마리탕, 오곡밥(전복바다) 등 그가 내놓은 상품들은 대부분 히트했다.한해 수백억 매출을 기록한 메가히트 제품도 많다. 대표적으로 '시크릿코인'은 야채와 다시마 멸치 등 18가지 재료를 우려내 동결 또는 분무 건조 형태로 압축해 만든 제품이다. 주부들이 국물맛을 간편하게 내는 마법의 상품이기도 하다. 육수와 밥, 김치 등 그동안 그는 식탁에 오를 수 있는 100여가지 제품들을 개발해 홈쇼핑 등에 시판했다.

-주부들이 인정하는 음식 전문가로 우뚝 섰는데 어떤 원칙이 있는지.

식탁에 오르는 각종 음식(반찬)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과정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참여해요. 대중적 인지도가 곧 신뢰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이니 믿고 사먹어도 된다는 기대감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저한테는 주부들이 그 이상을 요구해요. 식탁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일말의 거짓이나 과장이 있어선 안됩니다. 그게 바로 저의 신념이고 원칙이에요. 또 하나는 모두가 함께 사는 상생의 미덕입니다. 오랜기간 공들인 히트상품이 개발단계부터 생산, 유통, 그리고 소비자까지 골고루 혜택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거죠.

이혜정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며 쿡방의 트렌드를 열었다. 그는 여느 셰프들과 달리 어머니가 해주는 정성스러운 요리라는 인식이 컸다. 실제로 이후 쏟아진 다른 쿡방들과 달리 진짜 어머니가 밥을 하는 것같은 푸근함이 화면을 타고 고스란히 전달됐다.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81차 경연)에도 출연해 만만찮은 노래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알고보면 그는 모두가 부러움을 살만큼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의 표본이다. 결혼초기 남편과 이혼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절이 있었다고 방송에서 말한 적이 있지만 옛날 얘기일 뿐이다. 그의 왕성한 대외활동은 남편 고민환 교수의 적극적인 외조 덕분이기 때문이다. 대학(산부인과)에서 정년을 마친 뒤 4년전 개업의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11년전 직접 차린 식품회사 키친스토리는 딸 고준영 대표와 남동생(이재우 이사)이 경영을 맡고 자신은 제품개발(R&D)에만 전념하고 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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