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포스터 속 여성 히잡 안 썼다' 영화제 금지

문화부 장관, 9월 이란단편영화제 개최 취소시켜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이란 정부가 히잡을 쓰지 않은 여배우 사진을 포스터로 썼다는 이유로 영화제 개최를 금지했다고 AFP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이란 문화부 장관이 개인적으로 오는 9월 이란단편영화협회(ISFA)가 테헤란에서 열 예정이던 제13회 'ISFA 영화 페스티벌'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영화제 포스터에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 모습이 나와 현행법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IRNA 통신은 전했다.

이 포스터는 1982년작 '아즈데게르드의 죽음'의 배우 수잔 타슬리미의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담았는데, 타슬리미는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정면을 응시하면서 가면을 벗는 포즈를 취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이란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은 의무가 아니었다. 이란에서 히잡이 의무화된 것은 이란 혁명 4년 뒤인 1983년이었다.

앞서 ISFA 측은 이 포스터를 공개하면서 "이란 국민이 정당한 요구 사항을 달성하기 위해 어렵고 고통스러운 길을 가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제가 열린다"면서 "우리는 항상 검열 장벽을 허무는 데 앞장서 왔다"고 취지를 밝혔다.

영화제 금지에 ISFA 측이 어떤 입장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서에 붙잡혀갔다가 의문사한 것을 계기로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으나 당국은 시위 참가자를 고문, 사형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하지만 이란 여성들은 시위 이후 이같은 당국의 엄격한 복장 규정을 무시한 채 공공연하게 히잡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이란 경찰은 이달 초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을 체포하기 위한 순찰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지난주에는 공공장소인 장례식장과 카페 등지에 가면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배우인 바란 코사리(37)와 샤거예흐 데흐한(44)이 기소되기도 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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