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조인성의 스며든다는 것은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조인성이 홀가분해졌다. 시간의 흐름에 스며든 조인성은 세월의 어드밴티지를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021년 영화 '모가디슈' 이후 재회한 배우 조인성과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연출 류승완·제작 외유내강)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을 담는다.
여성 투톱 주연 영화의 참여한 조인성은 "남자 주연, 여자 주연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두 분(김혜수, 염정아)의 이야기인데 거기에 강력한 브리지가 필요했던 것 같다"며 "류승완 감독과 제 사이 정도 되면 역할이 크냐, 작냐 이런 문제가 아니다.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듀서의 눈으로 봤을 때 브리지가 필요한 것 같았다. 제가 주인공이 아닌데 욕심을 내면 그 작품은 사달이 난다"며 "선배들이 하는 것이고, 선배들이 주인공이다. 선배들이 저랑 (박)정민이, (고)민시를 다 키워놓으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인성이 연기한 '밀수' 속 권 상사는 전국구 밀수왕이다. 권 상사는 그 존재만으로 밀수꾼들을 벌벌 떨게 만든다. 조춘자(김혜수)와 함께 시작되는 그의 첫 등장 역시 남다른 압도감을 선사한다.
첫 등장 장면이 언급되자 조인성은 "너무 민망했다. 그런 식으로 나온 적이 없었다. 근데 그건 김혜수 선배들의 연기가 합쳐져서 강력하게 보인 것 같다. 김혜수 선배의 리액션이 캐릭터를 만드는데 지대한 공로를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 중 장도리(박정민)와 대립하게 되는 권 상사에 대해 조인성은 "권 상사는 전국구의 품위를 갖고 있다. 장도리 같은 동네 수준이 아니"라고 농담했다. 이어 "감독님의 명확한 디렉션은 권 상사가 가진 품위를 놓지 않았으면 하셨던 것"이라며 "권 상사는 입체적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지루해지기 쉬운 역할이었다. 옷 스타일도 굉장히 많은 고증을 거쳤다. 1970년대 패션을 구현하기 위해서 의상팀이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동시에 권 상사는 '밀수' 속 액션을 담당한다. 다만 '밀수'는 1970년대 시대적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다는 차별점을 갖고 있었다.
조인성은 "이번 시나리오엔 음악이 들어간다고 적혀있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음악을 들으면서 읽으니까 조금 더 잘 읽혔다"며 "대부분 어떤 음악이 사용되는지 잘 안 알려준다. 음악의 템포로 함께 넘어가니까 도움이 많이 됐다.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조인성은 "이번만큼은 나이가 주는 어드밴티지가 있지 않았나 싶다. 똑같이 연기를 했어도 더 젊었을 때 했다면 그런 질감이 나지 않았을 것 같다"며 "화면에 보이는 모습 속 나이가 주는 어드밴티지가 있었다.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잘생기게 나왔다는 지점은 매력 있다는 지점이라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조인성은 "나이 듦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이건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어쩌면 당연하다"며 "반대로 그걸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좋은 향기가 날 때가 있다. '비열한 거리'와 비교하자면, 그때의 조인성과 지금의 조인성은 다르다. 그때는 하고 싶어도 못했던 걸 지금은 할 수 있다. 세월이 주는 어드밴티지를 잘 받아서 완성된 모습이지 않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1981년생으로 올해 만 41세가 된 조인성은 "나이에 대한 고민이 없진 않다. 근데 한다고 해결되지 않을 것도 안다. 그건 쓸데없는 고민 같다. 내가 어떻게 막을 수 없다"며 "혐오적으로 생각한다면 나만 괴롭다. 막을 수 없다면 잘 나이 들어가면 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웰 에이징'"이라고 덧붙였다.
조인성은 시간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는 "영감을 얻는다는 건, 늙어간다는 것이기도 하다. 늙어간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경험이 쌓인다는 것 아니겠냐"며 "인생을 살면서 위기감을 느낄 땐 정말 당황스럽다. 근데 그런 것이 조금 덜해졌다. 행복도, 괴로움도 자기가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인성은 "공백기에 느끼는 두려움도 조금 달라진 것 같다. 강박을 갖고 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느끼기엔 과거엔 '신비주의'라는 명목 아래 저를 지켜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어떤 식으로든 1년에 한 번이나, 길면 2년에 한 번씩 작품으로 찾아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강박은 없지만, 좋은 작품이 들어올 땐 그냥 하면 되는데 없을 땐 쉴 수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든 제 얼굴을 까먹지 않도록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끝으로 조인성은 "'밀수'를 찍는 6개월의 과정은 정말 행복했다. 그걸로 사실상 완성된 것이라고 본다. 과정이 행복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완성된 것 같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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